"남성 앉아있다" 민원 넣고 몰래 사진 찍어 SNS 올리기도
복잡한 지하철서 비워두기보단 다른 약자 앉게 하자는 의견도
복잡한 지하철서 비워두기보단 다른 약자 앉게 하자는 의견도
"아저씨도 임신하셨어요?"
지난해 한국방송진흥공사가 진행한 공익광고제 공모전 수상작 중 동상 작품의 표어다. 이 작품에는 "오늘도 힘들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임산부를 위해, 당신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합니다"라며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를 독려하는 내용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 수상작은 곧바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한국방송공사 홈페이지의 해당 광고 100자평에는 "왜 남성만 잠재적 질서 파괴자로 보느냐"며 "남성뿐 아니라 노인을 포함한 여성들도 대부분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가던데, 이 작품은 특정 성별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男 혐오 조장?…"분위기 바뀌어야"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이 남녀 갈등의 기폭제로 사용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비임산부를 몰래 찍어 올리며 폭로하기도 하고, "임산부석에 남성이 앉아있다"며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1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는 2만7589건에 달했다. 하루에만 75건 넘는 꼴이다. 상대적으로 민원이 줄어든 12월을 제외하고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만 본다면 하루 평균 80건 넘는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
총 불편민원은 70만8586건으로 전체 민원건수에서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은 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794건에 불과했던 임산부 배려석 민원건수는 불과 4개월 만인 5월엔 5665건까지 증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5~6월께 임산부 배려석 민원이 증가한 이유로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집중적으로 신고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이용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문화가 정착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유연한 제도정착 필요"
임산부 배려석에 오히려 임산부가 앉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임산부 배려석이 생긴 지난 2013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안내 디자인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 지난 2016년 5월부터는 '양보하기'에서 '비워두기'로 캠페인 홍보방안을 변경했고, '임산부 배려송'도 만들어 지난해 11월부터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틀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는 임산부 배려석 안내문을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도 포함된 다국어 패치로 모두 변경했다. 모두 지하철 이용시민의 인식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지하철에서는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시민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면서도 "무조건 임산부가 아니면 앉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도 복잡한 시간대에는 다른 불편한 사람도 앉을 수 있게끔 하는 등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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