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섭(삼성)의 정교함과 안우진(키움)의 스피드를 두루 갖추었다. 7년 전 본 오타니 쇼헤이(당시 하나마키히가시고)와 견주어 손색없다. 오타니는 고 1때 최고 구속 147㎞를 기록했다. (장)재영(17·덕수고 2년)이는 지난 해 153㎞를 던졌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의 말은 확신에 차 있었다. 정 감독은 류제국(LG) 엄상백(kt) 한승혁(KIA) 양창섭을 길러냈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국대표팀 코치로 가까이서 오타니 쇼헤이의 피칭을 지켜보았다. 당시 오타니는 일본 대표선수로 출전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지녔지만 제구력에 아쉬움이 있는 한승혁,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팔방미인 류제국, 프로 1년 차에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인정받은 양창섭. 장재영은 이들의 장점을 모두 지닌 투수다.
고교 2학년 투수 장재영을 두고 국내는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까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체 장재영은 어떤 투수일까. 어떤 자질을 갖추었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고교 1학년 선수에게 신분 조회(지난 해 6월)를 했을까.
장재영은 187㎝(아직 자라는 중, 최근 1㎝가 더 컸음),92㎏의 좋은 체격 조건을 가진 우완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다. 신월중 시절 투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보았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투수 전업을 선택했다. 1년 만에 스피드가 9㎞ 가량 향상됐다.
지난 해 9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대회 북일고와의 경기서 7⅓이닝 2안타 무실점 12탈삼진의 뛰어난 피칭으로 주목받았다. 그 경기서 최고 구속 153㎞를 찍었다. 북일고 4번 타자 변우혁(한화)이 “지금까지 상대해 본 투수 가운데 최고 구위다”고 혀를 내둘렀다.
장재영은 단지 스피드만 좋은 투수가 아니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도 갖추었다. 최동원-선동열-박찬호의 뒤를 이을 우완 강속구 투수 계보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장정석 키움 감독의 2남 1녀 가운데 장남.
많은 투수들이 고교시절 이미 한 차례씩 팔꿈치 수술을 받지만 장재영은 부상 경력이 없다. 초고교급 구위를 지녔지만 지난 해 29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정윤진 감독이 철저히 보호를 해 주고 있다. 장재영은 하체를 잘 활용한다. 뛰어난 스피드를 내고도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유다.
빠른 공과 함께 커브,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최근엔 스플리트에 부쩍 매력을 느끼고 있다. 정윤진 감독은 지난 1년간 장재영에게 피칭보다 웨이트트레이닝에 더 주력하게 했다. 허벅지 둘레가 무려 27인치에 이른다. 정 감독과 장재영은 올 해 스피드를 157㎞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덕수고 장재영의 강속구는 오는 3월 6일부터 10일까지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볼 파크에서 열릴 ‘제 6회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을 통해 감상해 볼 수 있다. 덕수고는 최근 10년간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고교야구 강팀이다.
“가장 닮고 싶은 상대도, 가장 대결해 보고 싶은 상대도 오타니다. 언젠가 메이저리그서 투수 오타니와 선발 맞대결을 해보고 싶다.” 17살 고교생의 당찬 포부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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