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소방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한걸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7 12:00

수정 2019.02.07 12:00

사진=부산소방안전본부
사진=부산소방안전본부

소방관이 참혹 현장을 수시로 경험하고 장기간 교대근무 등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소방공무원 수면장애 등 PTSD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수면장애를 겪는 소방공무원이 29%에 달하고, 알코올 장애를 겪는 소방관도 28% 수준이다.

국내 연구팀이 최근 공포기억에 무덤덤해지도록 우리 뇌를 조절하는 효소를 발견했다. 한국연구재단은 7일 KAIST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이노시톨 대사효소를 제거함으로써 공포기억의 소거 현상이 조절되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공포기억의 소거란 단순한 기억의 소멸이라기보다 공포자극에 연관된 기억을 억제하는 또다른 학습을 말한다.


연구팀은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발현되는 이노시톨 대사효소가 공포기억의 소거 조절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밝혔다.

김세윤 교수는 "큰 사고나 트라우마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공포증 등 심각한 뇌질환들에 대한 이해와 치료 타겟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노시톨 대사효소의 신경계 신호전달 조절에 관한 분자적 작용과정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이노시톨 대사효소를 제거하자, 공포기억의 소거 반응이 촉진됐다. 특히 이 효소가 제거된 생쥐의 뇌에서는 공포기억의 소거 반응을 전달하는 신호전달계의 활성화가 동반됨이 확인됐다.

이노시톨 대사효소는 음식으로 섭취되거나 생체 내에서 합성된 이노시톨, 즉 포도당 유사물질을 인산화해주는 효소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노시톨 대사가 기존에 알려진 세포의 성장, 신진대사 뿐 아니라 뇌기능 조절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워지는지'는 현대 신경생물학의 핵심주제이다. 특히 인간의 정신건강과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 공포기억의 소거 과정은 심층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권위 있는 세계적 학술지 'PNAS'에 1월 28일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연구는 존스 홉킨스 의대, 뉴욕대, 컬럼비아 의대와의 국제공동연구로 진행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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