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부산항을 통해 일본에서 수입된 폐페트병(PET)이 4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을 통해 수입된 폐플라스틱 수입 실적 가운데 폐페트병이 지난 2017년 5343t보다 4배가 넘는 2만1752톤에 달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폐플라스틱의 웨이스트, 페어링, 스트랩 중에서 모델규격 항목에 'PET'가 포함된 실적을 추출한 합계치다. 폐페트병을 압착 또는 잘게 잘라 칩(chip) 형태로 수입한 총량으로 15g 생수병을 기준으로 하면 약 14억5000만개 분량이다.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금지가 본격화된 2017년에는 전년 대비 2배, 지난해는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수입신고 건수도 2017년 189건에서 지난해 589건으로 크게 늘었다.
한 수입업체 측은 일본에서 버려진 페트병을 수입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 폐페트병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라벨분리가 쉬워 훨씬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국내에서도 라벨 부착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일본서 돈을 들여 수입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일본에서 잘 분리돼 수입된 폐페트병들은 고급 포장도시락이나 컵을 만드는데서부터 전투복 등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된다.
일본의 경우 1992년부터 페트병 라벨에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을 규제해 왔다. 거의 대부분의 페트병 음료들에 대해 '이중' 절취선을 넣어 소비자가 쉽게 라벨을 분리해 버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라벨이 분리수거되지 않는 경우를 위해 풍력선별이 되도록 1등급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 정책에따라 접착식 라벨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접착식 라벨 부착방식에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명시하지 않는 비중의 특정 수치까지 규정, 진입 장벽을 두어 사실상 접착제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접착제 절취선 라벨 부착이 언론보도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노력 속에 자리잡는 듯했지만 지난달 환경부가 2019 '포장재 재질ㆍ구조개선 등에 관한기준' 개정고시(안)을 내놓으며 또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페트병 라벨 비중이 1 미만이고 세척 과정에서 분리되도록 수분리 접착제를 사용하면 '우수' 등급으로 하고, 라벨이 비접착식이더라도 비중 1 이상이면 '어려움' 등급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으로, 접착제 사용 유무보다는 라벨의 재질(비중)을 우선시해 비접착식 라벨 사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페트병재활용협회 권기재 회장은 "일본에서 수입까지 하는 것은 폐페트병이 재활용만 잘하면 가치있는 재화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도 폐페트병이 많은데 엄청난 양을 쓰레기로 만들고 일본 폐페트병을 수입하게 만드는 환경부의 정책은 한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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