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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과 BXA에 쌓이는 의혹, 입닫은 김병건 회장…속사정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0 09:11

수정 2019.02.20 09:11

잔금 안 치른 빗썸의 '예비 최대주주' 김병건의 BXA 광폭행보 인수대금 충분하다 해명했지만, 잔금 납입일은 3월말로 미뤄 빗썸과 BXA의 애매한 관계에 대한 적극적 해명도 없어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빗썸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려는 김병건 BK글로벌컨소시엄(BXA) 대표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BXA의 빗썸 인수대금은 총 4000억원. 이 중 잔금 3000억원이 아직 미지급상태라 BXA는 빗썸의 공식 최대주주가 아니다. 최근에는 BXA가 잔금 지불 일정을 연기하면서 잔금 지불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낳았다.


그런데도 BXA는 빗썸의 이름을 내걸고 잇따라 신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고, 국내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BXA와 빗썸의 행보가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김병건 BXA 대표
김병건 BXA 대표

김 회장과 빗썸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도 빗썸과 BXA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김 회장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서면 질의서를 보냈지만, 김 회장 측은 “향후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최근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에 각종 사건이 잇따라 업계 대표 기업들의 신뢰도 제고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업계 대표기업 빗썸과 김병건 회장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해명하고 투명한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수 절차 안끝났는데, 또 다른 상장사 유상증자 참여?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빗썸의 모회사인 비티씨홀딩컴퍼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아티스의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또 비티씨홀딩컴퍼니를 인수하려는 김병건 회장의 BXA는 코스닥 상장사인 포스링크의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비티씨홀딩컴퍼니와 BXA간의 인수계약의 잔금이 납입되지도 않았는데, 인수자와 피인수자가 모두 유상증자 참여를 발표한 것이다. 아티스와 포스링크 유상증자 참여 이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아티스와 비티씨홀딩스의 우회상장설 등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포스링크의 경우 전 경영진의 횡령혐의로 인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김병건 회장 측은 암호화폐 ‘BXA’ 발행을 통한 투자금도 모집하고 있다. 현재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곧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BXA’는 글로벌 결제 플랫폼에서 활용될 암호화폐다.


■내가 발행한 암호화폐를, 내 거래소에 상장한다?


BXA는 한국 이용자들, 특히 빗썸 이용자들에게 친숙하다. 이미 빗썸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BXA 에어드롭(무상지급) 이벤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빗썸은 곧 ‘BXA’가 빗썸에 상장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BXA’가 빗썸의 ‘예비 최대주주’인 김병건 회장 측이 발행한 암호화폐라는 점이다. 자신들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신들이 발행한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은 BXA는 빗썸의 지주회사지만, 빗썸과 별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외신을 통해 보도된 해외 블록체인 기업인 블록체인인더스트리즈 인수 추진설과 관련해서도 빗썸과 무관한 BXA가 투자를 검토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빗썸 역시 최대주주의 암호화폐여서가 아니라 우수한 프로젝트여서 상장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뿐이다.


■빗썸과 BXA 별개라지만… 빗썸 앞세워 사업하는 BXA


김 회장과 빗썸이 “빗썸과 BXA는 다른 법인이며, 빗썸은 BXA 프로젝트에 일부 참여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작 빗썸 이용자들과 투자자들은 빗썸과 BXA를 같은 기업으로 보고 있다. BXA 측도 최근 암호화폐 장외거래 플랫폼 ‘오르투스’ 사업을 개시하면서 빗썸의 브랜드를 가져다 썼다. 빗썸은 ‘오르투스’가 본인들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BXA의 자회사가 진행하는 사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빗썸의 운영과 BXA의 사업이 분리돼 있다는 것을 납득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BXA 역시 빗썸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앞세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아직 인수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사업확장은 빗썸 이용자는 물론 BXA 투자자들에게도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잔금 대금 마련을 위한 암호화폐 발행 의혹도 이 지점에서 불거졌다. 인수대금이 부족해 암호화폐를 발행해 잔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추측이다.


빗썸과 BXA에 쌓이는 의혹, 입닫은 김병건 회장…속사정은?

김 회장은 지난 연말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이미 인수 대금인 4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1억달러는 이미 지불했다”며 “나머지 3억 달러도 2월까지 순차적으로 납부해 인수 계약을 마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월로 예정됐던 잔금 납입까지 단순 해외송금 문제라는 이유로 연기하면서 암호화폐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의혹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韓 정부가 금지한 ICO, 빗썸 최대주주가 해외서 해도 될까?


아울러 김 회장은 암호화폐 ‘BXA’를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싱가포르 기반의 오렌지블록이 외국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BXA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경이 없는 암호화폐 특성 상, 해외 거래소 등에 상장이 진행되면 국내 이용자들도 자연스럽게 BXA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BXA는 국내기업인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을 보유한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발표해 놓은 상태다. 국내기업의 최대주주가 정부에서 금지한 암호화폐 판매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정부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회장 측의 해명 역시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는 “아직 공식적으로 빗썸의 최대주주도 아닌 김 회장의 광폭행보에 여러 의혹의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김 회장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같은 의혹을 해소해야 빗썸과 BXA 사업 모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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