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장기화에 北 경제난 가중되고 있어
북미 비핵화 대화 복귀만이 현실적인 대안
'자유조선' 체제 도전자 등장도 신경쓰이는 일
전문가들 "北 한계점까지 버틸 가능성 높아"
북미 비핵화 대화 복귀만이 현실적인 대안
'자유조선' 체제 도전자 등장도 신경쓰이는 일
전문가들 "北 한계점까지 버틸 가능성 높아"
최근 미국은 한국의 외교안보 라인과 접촉하고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새로운 대북·비핵화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면 대북압박의 도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재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고, 제제가 비핵화를 가속화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최근 미국 조야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대북제재 공고화 여론에 화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향후 몇 달 안에 북·미 정상이 다시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이뤄내기를 바란다"면서 북핵 문제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몇 달 내'라는 시한을 제시, 제재국면에서 전전반측하는 북한에게 서둘러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 즉 하노이 담판 이후 '일괄적인 비핵화 문제 해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을 제한적으로나마 수용하지 않는다면 제재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돼 한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한미공조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압박 요소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행동이 관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경협 같은 대북유화책을 북미대화의 지렛대로 쓰자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무리라고 보고 있다.
핵개발에 따른 제재 장기화로 북한의 경제 사정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장마당 등 지하경제와 우방국 지원 같은 임시변통으로 버티고 있는 북한이 1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난 가중과 대북제재 지속은 인민경제 개선과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언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북한으로서는 부담이다. 무오류의 존재인 '최고영도자'의 외교·정책 실패는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유조선이라는 반북단체는 최근 김정은 정권을 뒤엎겠다면서 북한의 임시정부임을 표방하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이 단체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피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장기화와 경제난 가중, 낮아진 남북경협 기대감에 반북단체의 출현이라는 4중고에 빠진 북한이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핵화 협상테이블 복귀와 진정한 비핵화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공을 넘긴 만큼 대응만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남은 선택지는 '진정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만큼 북한은 경제적 한계점(식량·외화고갈)까지 버티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묘책 찾기에 몰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처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단계에서 북한의 인내심을 예단하는 것은 이른 것 같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북한이 선택할 길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것 외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경제적 상황은 최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북한이 조기에 비핵화 협상장에 복귀할 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핵화 로드맵 수용을 통한 비핵화 대화 복귀인데, 이렇게 될 경우 정말로 비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도 많은 고민을 할 것"이라면서 "대미·대남 도발은 하지 않더라도 조금 더 버틸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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