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이구 갤러리, 5월 25일까지 전시
한국 화단의 1세대 포토그래퍼 임영균(64)의 ‘백남준, 지금 여기’전이 오는 25일까지 신사동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임영균의 작가적 눈으로 바라본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년-2006년)의 연대기다. 1982년 미국 뉴욕에서 연을 맺은 이후 백남준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며 20년간 예술적 동반자로 관계를 이어왔다.
그는 백남준과의 잊을 수 없는 만남의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작업실 한쪽에는 거리에서 주운 고장 난 텔레비전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임영균은 그날 백남준이 자아내는 압도적인 에너지에 매료돼 모니터를 뒤집어 쓴 그를 촬영했다. 이 사진은 1984년 뉴욕타임스 신년 특집호 섹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백남준은 일찍이 임영균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예술사진이란, 사진이란 허상에서 벗어나 사위(寫僞)에 접근하려는 정신의 意圖(의도)이다. 그는 그런 시도에 있어서 한국의 기수 중 하나다.”
이번 전시는 임영균 작가가 가까이서 접한 인간 백남준의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길이구 갤러리는 “임영균의 예술적 통찰력이 담긴 사진 작품을 통해 시대를 넘어 생생히 살아있는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확인하고, 사진 예술과 그 안에 담긴 예술가 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영균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뉴욕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 국제 사진센터(I.C.P)에서 수학했다. 1973년 문화공보부 장관상과 1985년 미주 10대 사진가상을 수상했다. 2000년 미국 국무성 풀 브라이트 연구 기금 등을 받았으며,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뉴욕대 사진학과 겸임 교수와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의 작품 ‘해남1999’은 코닥 박물관 ‘사진의 역사’전에 전시됐다. 20세기 사진사 주요 작품 30여점 중 하나로 인식됐을 정도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국제사진센터, 독일 뮌스터 시와 올덴부르크 시립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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