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이 들어간 특허를 사주일가 소유의 해외현지법인에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조세회피처를 통해 해외 수익을 빼돌리는 등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104명이 세무당국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정사회에 반하는 탈세 등 생활적폐의 청산을 위해 제4차 역외탈세 혐의자 104건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4차 조사에선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전통적 탈세 무형자산 거래 △해외현지법인·신탁을 이용한 신종 역외탈세 유형 및 다국적기업의 사업구조 개편(BR) △고정사업장(PE) 회피 등 공격적 조세회피행위(ATP)에 대해 중점 검증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일부 혐의자의 경우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함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 확보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수법이 진화 중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법은 조세회피처 지역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외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국내재산을 해외로 반출·은닉하는 단순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전문가 집단과 공모해 조세회피처의 다단계 구조설계, 해외현지법인과 이전가격 조작 등 새로운 수법을 쓴다는 게 국세청 판단이다. 또 이렇게 유출된 해외 자금이 자금세탁을 거쳐 국내로 재반입되거나 자녀에게 변칙 상속·증여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 국장은 “국가 간 금융정보교환 확대, 법인 등 실체에 대한 실질요건 강화 등 국내외 제반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미신고 해외금융계좌에 은닉된 자금이 해외부동산이나 법인, 신탁과 같은 다른 투자자산 형태로 전환되는 등 역외탈세 자금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위장·세탁·은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A법인은 국내에서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획득한 특허를 사주일가 소유 해외현지법인이 무상으로 사용토록 했다. 이는 A법인에게 귀속돼야할 소득이 부당하게 국외로 이전된 것이다.
B법인은 중국사업 소득을 조세회피처 두 곳을 거치면서 헐값에 계열사에게 넘겼다. C법인 사주는 조세회피처에서 다단계 거래구조를 만든 뒤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법인 주식을 변칙 증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2017년 12월과 2018년 5월·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를 조사해 145명으로부터 9058억원을 추징했다.
이 가운데 국내합작법인 E사는 국내외 주주의 지분정리 과정에 개입해 매년 수천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방법으로 소득을 해외로 유출했다가 십수억원의 과징금을 추징당했다.
김 국장은 “허위 비용계상, 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차명주주 이용 등 고의적·악의적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고발하고 납세자의 자료제출 거부·기피 행위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과태료를 적극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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