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경찰도 치 떤 고유정 범행수법…시신 옮기며 3일간 2회나 훼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9 14:51

수정 2019.06.09 19:39

피해자 추정 뼈 조각 발견…펜션서 머리카락 58수 확보
펜션서 시신 1차 훼손 후 전문도구 이용 이틀간 또 훼손
범행 전 휴대전화로 '시신유기 방법'검색 완전범죄 꿈꿔 

경찰이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경찰이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내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충북 청주)이 범행 후 미리 준비한 도구로 하루 동안 시신을 훼손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인천 서구 소재 재활용 업체에서 피해자 강모(36)씨의 뼈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해 경찰이 신원 확인에 나섰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사건 내용이 너무 잔혹하고 치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매우 곤혹스럽다”며 범행수법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 시신 훼손도구 사전 준비 ‘계획 범죄’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후 미리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거의 26일 하루 동안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 훼손에 쓰인 톱은 충북 청주에서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이후 훼손된 시신을 상자 등으로 담은 뒤 자신의 차량에 싣고 펜션을 나섰다. 이어 28일 오후 제주시 모 대형마트에서 비닐장갑과 종량제봉투 30개, 여행용 가방 등을 구입해 시신 일부를 봉투에 담았으며, 이날 오후 8시30분 완도행 여객선에 탑승한 후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바다로 유기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지난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지난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 전 남편 추정 유해 일부 인천서 발견

고씨는 또 29일 가족의 집이 있는 경기도 김포 소재 아파트에 도착한 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주문한 목공용 톱을 이용해 이틀에 걸쳐 시신을 다시 훼손한 뒤 종량제 봉투와 분리수거 봉투로 나눠 각각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31일 해당 아파트 내 쓰레기 분리함에서 고씨가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확인하고, 쓰레기의 운반경로를 추적해 인천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3㎝ 미만의 유해를 다량 발견했다.

하지만 이 유해는 이미 소각과정을 거친 상태여서 DNA가 나올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찰은 아울러 범행현장인 펜션 내부에서 머리카락 58수를 찾아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며, 고씨가 범행 전 핸드폰으로 '살인도구' 뿐만 아니라 '시신 유기 방법'도 검색한 것도 드러났다.

■ 경찰, 초동수사 부실 지적 정면 반박

특히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정면 반박했다.

박 서장은 “최초 신고는 성인가출·자살의심으로 접수가 됐으며, 따라서 수사 초기에는 한정된 시간 내에 한정된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살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이 방범용 CCTV를 먼저 확인하던 중 신고자가 다른 CCTV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평소 피의자가 폭력 성향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후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형사팀을 투입해 수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씨의 범행수법에 대해 “훼손된 사체를 갖고 김포까지 이동하면서 범행도구도 갖고 가는 등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피의자는 완전범죄를 꿈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현재 전문 프로파일러가 투입돼 조사중”이라며 “고씨가 계속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계획적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많이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범행도구 미리 구입…포인트도 적립

한편 고씨는 전 남편을 만나기 3일 전인 22일 오후 11시 제주시 모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고무장갑·세제·세수 대아·청소용 솔·먼지 제거 테이프 등 범행에 사용한 도구들을 미리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서 고씨는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구매한 물품을 담은 후 카드로 결제하고, 본인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도 적립했다.
이 역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고씨가 살인부터 시신 유기까지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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