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가장 큰 불확실성..홍콩·중동 변수도 변동성 키워
달러·금 등에 쏠림 당분간 계속..투자자들 신흥시장에선 발 뺄듯
달러·금 등에 쏠림 당분간 계속..투자자들 신흥시장에선 발 뺄듯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양보 없는 '강대강' 구도로 치달으면서 위험회피 기조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오만 유조선 피격, 홍콩 시위 등 전 세계적으로 분쟁 위기감도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한층 키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금 등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신흥시장의 자본유출을 촉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가격변동성이 적고,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곳에 투자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코스피 지수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국고채 금리 하락 등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이 가장 큰 변수로 꼽고 있는 건 무역분쟁이다. 전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통상마찰은 양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향방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갈수록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에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펀더멘털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게 반영된 모습이다.
이에 더해 국내에서는 경기하락세가 심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실제 주요 경제지표가 줄줄이 하락세다.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 역성장했다. 수출은 반도체 가격 조정과 세계경제 둔화 여파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흑자를 이어오던 경상수지도 2012년 4월 이후 8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미·중 무역긴장이 반도체 사이클 회복 모멘텀을 제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불거진 한국은행의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추진 논란도 안전자산 수요를 늘린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지역별 돌발변수가 잇따르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오만해에서 대형 유조선 두 척이 피격되는 등 중동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시위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홍콩·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미·중 통상분쟁으로도 전이되면서 중국의 경제 및 정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국제정세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결국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완화될지는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중 당사국 간 협상 기회가 모색돼 무역전쟁 우려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들로 집중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선 전 세계적으로 과도한 위험자산 쏠림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6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비롯한 일부 연준 위원들이 경기악화와 저물가에 대응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점도 과도한 우려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대응 의지는 위험자산에 긍정적 신호"라며 "미국이 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도 협상 필요성을 설파하고, 중국은 극단적 대응을 피하는 모습으로, G20 회의를 계기로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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