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에서 만삭의 임신부를 포함해 최소 45명이 크게 다쳤다. 게다가 '백색 테러'의 성격이 감지되면서 홍콩 시민들은 하얗게 질렸다. 배후에 친중 인사 등 중국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백색 테러란 말은 프랑스 혁명 직후인 1795년 혁명파에 대한 왕당파의 보복에서 유래했다. 프랑스 왕권의 표장이 백합이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권력자나 지배계급이 반정부 세력에 가하는 폭력적 탄압을 가리킨다.
흰옷을 입은 무리의 정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반중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홍콩에 거점을 둔 중국 범죄조직 삼합회(三合會) 조직원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그 배후가 중국이라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사태를 수수방관하다시피 한 경찰이 관련자를 단 한 명도 체포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냈다. 민주당 입법회 의원 한 명은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 반면 친중파 의원은 흰옷 무리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을 불렀다.
21일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이 사상 처음 시위대의 타깃이 됐다. 정문의 중국 정부를 상징하는 붉은 휘장에 검은 페인트가 뿌려진 게 백색 테러의 도화선이 된 인상이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이와 관련, "중국정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범죄인 인도 반대가 촉발한 시위의 감춰진 본질이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한 다수 홍콩 시민의 거부감임을 중국 정부가 확인했다는 뜻이다. 영국·중국간 홍콩반환협정이 1997년 발효된 이후 중국·홍콩 간 '일국양제'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느낌도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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