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제3노총 설립을 추진하는 등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 측이 "제3노총 설립 관련 지시나 공모를 한 적도 없고 보고를 받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외 4명의 1차공판을 진행했다. 이 사건 기소 이후 처음 법정에 정장 차림으로 나온 원 전 원장은 재판부의 신원 확인만 응한 채 착석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제3노총 설립 관련 지시나 공모를 한 적도 없고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며 "또 (원 전 원장은) 회계관리 직원에 해당되지 않는다. 공소사실 전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함께 재판을 받는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측도 "제3노총 설립 관련 지시나 공모행위를 한 적도 없다"며 "법리적으로도 예산지출과 관련해 회계관려자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는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법리상 국고손실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특가법'(국고 등 손실)은 회계관계직원으로 규정된 사람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해 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한다.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 측은 검찰의 기소가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국장 측은 "1570만원씩 10회 지출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지휘자인 국정원장과 차장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지출한 것이고 회계관계책임법 8조에 의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43억원을 지출한 신모씨는 기소조차 안 됐는데 1억5700만원을 지출했다고 기소한 것은 검찰의 굉장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측도 혐의를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4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제3노총 설립 자금으로 국정원 활동비 총 1억7700만원을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고용노동부가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정책에 반대하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등을 분열시키기 위해 '국민노총'이라는 제3의 노총을 만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 등은 민노총·한노총과 함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3대 좌파세력'으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 방침을 마련하던 중에 노동부가 제3의 노총을 만들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자금지원 등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원 전 원장은 이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제압 문건'을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입막음용 자금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에게 제공한 혐의, 김재철 전 MBC 사장과 공모해 부당 인사 조치 등 MBC 인사에 불법 관여한 혐의 등도 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미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확정받았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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