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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태평양, 세계 누비는 명창되길"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7 10:40

수정 2019.08.27 10:40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함께 출연
유태평양과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사진=fnDB
유태평양과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사진=fnDB

유태평양과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사진=fnDB
유태평양과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사진=fnDB

“우리는 마음 놓고 믿는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새로 합류한 유태평양에 대한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신뢰는 두터워보였다. 유수정 예술감독의 눈에 유태평양은 우리 국악을 짊어질 미래의 명창이나 다름없었다.

듬직한 후배이기도 하다. 1987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유수정 예술감독은 스승 안숙선 명창에 이어 22년 만에 ‘실기인’ 출신국립창극단 예술감독에 오른 주인공이다.

■ 유수정 예술감독, 고선웅 연출의 더블 캐스팅 제안에 "유태평양 추천"

2014년 초연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창극계 스테디셀러’다.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재창작한 최초의 19금 창극으로, ‘차범석희곡상’(뮤지컬 극본 부문)을 수상했다.

극본·연출의 고선웅은 외설로 치부되던 ‘변강쇠타령’을 오늘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변신시켰다.
원전의 해학을 살리고, 템포감 있는 구성과 재기발랄한 말맛을 더해 관객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한다. 프랑스 파리도 진출했다.

6년째 접어든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주역의 등장이다. 초연부터 5년간 호흡을 맞춰온 옹녀 역 이소연과 변강쇠 역 최호성 외에, 유태평양이 새로운 변강쇠로 등판한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고선웅 연출이 6회째를 맞아 더블 캐스팅을 하자고 했을 때 단연코 유태평양을 추천했다”고 털어놓았다.

“옹녀 역할의 김주리는 전력이 화려하고 나이가 어린데도 소리가 짱짱하다. 다만 무대 경험이 많지 않아 물건으로 만들어서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면, 유태평양은 마음 놓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유태평양은 “2016년 입단해서 ‘옹녀’를 그 해에만 4번이나 봤다”며 “19금 소재 농담이 저속하지 않고, 곱씹을수록 다른 해석이 가능해 볼 때마다 느낌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부담이 되면서도 감사했다. 큰 역할을 줘서 큰 공부가 되고 있다. 초연 때부터 했던 배우들과 비교해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그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 어릴 때 알아본 판소리 신동 유태평양 "20-30년 뒤 세계 누비는 명창 되길"

유태평양은 판소리꾼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와 달랐다. ‘힙한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 KBS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하며 더 유명해진 그는 6세에 ‘흥보가’를 완창하며 판소리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가 흥미롭다. 판소리의 매력에 빠진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10대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학했다. 대학에서는 클래식 음악과 지휘를 공부했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국악에 더 애착이 생겼다는 그는 2016년, 어릴 적부터 꿈에 그리던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입단 후 ‘오르페오전’ ‘심청가’ 등에서 주역을 맡으며 타고난 끼와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어린 시절 유태평양을 기억했다. 그는 “유태평양이 9살 때 국립창극단 어린이 창극에서 흥부 역을 했는데, 그때 제가 국립창극단 단원으로서 제비 역할로 참여했다”며 “당시 유태평양이 대성할 같다고 입을 모았는데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창극단에 들어왔는데, 너무 잘 성장했더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최근 ‘심청가’ 무대에 함께 올랐는데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 목에 힘이 없는데, 유태평양이 너무 거침없이 하는 것을 보고 울컥울컥했다. 이렇게 실력 있는 단원이 창극단에 있으니 우리 창극단이 오랫동안 지속되겠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아버지인 가야금 명인 유대봉 선생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리를 배운 유수정 예술감독은 전통국악인의 처우나 위상이 보다 탄탄해지길 바랐다. 이 때문에 후배 유태평양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반겼다.

“1960-70년대에는 국악이 하대를 당했다. 제가 소리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국악인의 길이 징글징글하다며 싫어하셨다. 유태평양처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생각도 못했다. 우리 세대에서는 오로지 판소리 하나만 죽기 살기로 팠다. 미련한 사람이 판소리한다고 했다”고 아련히 회고했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저는 단원들이 대중매체에 출연하는 것을 적극 권한다. 국립창극단 홍보도 되고, 개인의 인지도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다만 본질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리는 계속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50~60세가 됐을 때, 유태평양 명창이 되길 바란다. 안숙선 스승처럼 세계 곳곳에서 판소리 완창을 하길 바란다”고 바랐다.

유태평양 역시 “맞는 말씀”이라고 수긍했다. “제 분분은 전통이고, 앞으로 계속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뿌리를 찾아서 오지 않을까 싶다.”

국립창극단 단원으로서 더 다양한 활동도 다짐했다.

유태평양은 “밴드활동이나 창작 등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지만 동시에 국립창극단 단원으로서, 창극을 더 공부해 다양한 창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 유수정 예술감독 "임기 중 창극의 본질 소리에 보다 집중"

유수정 예술감독은 임기 중 “창극의 본질인 소리에 더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숙선 명창께서 이 시대 관객과 호흡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원형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하셨다. 저 역시 공감하며 그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수궁가는 해학적이라 ‘변강쇠 점 찍고 옹녀’처럼 좀 현대적으로 풀어보려고 연출 선생님을 찾고 있다. 반면 춘향전은 전통 그대로 가려고 김명곤 연출을 택했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취임 전 초연 때부터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대방여장승 역할을 맡아왔다. 극중 변강쇠를 노리감으로 삼는 그의 능청스런 모습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낼 예정이다.


한편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오는 8월 30일(금)~9월 8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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