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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D 공포의 가능성과 극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9 16:49

수정 2019.09.09 16:49

[fn논단] D 공포의 가능성과 극복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계 작성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0.04%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른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5%로 누계 기준 최저기록인 1999년과 2015년의 0.6%를 경신했다.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역시 2018년 4·4분기(-0.1%), 올해 1·4분기(-0.5%), 2·4분기(-0.7%) 연속 마이너스로 D의 공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가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정하면서 저물가·저성장 현상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진단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해도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저금리로 이어지는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는 2017년 3.2% 성장한 이후 2018년에는 2.7%로 하락했고, 최근 2분기는 전년 동 분기 대비 2.0%로 하락했다. 각종 경제지표를 종합해 보면 2017년 중반기를 정점으로 경기는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경기하강이 경제순환변동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저점을 확인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구조적 요인에 의한 장기침체로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에는 7%대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5%,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로 하락했고 2020년대는 2%대, 2030년대는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 이하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막고,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으로 성장저해 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가 미·중 경제마찰 등 대외적 요인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면서도 한·일 경제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최저임금 등 일련의 정책 실패로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포함해 1990년 이후 장기 경제침체를 겪은 일본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지만,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가 걸었던 길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대표적으로 일본 정부는 구조적 경제문제에 단기적 처방인 총수요 부양정책에 집중,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SOC투자와 복지지출 확대에 급급한 결과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GDP 대비 250%의 부채대국이 됐다. 2020년 우리 국가예산안을 보면 경제성장률은 3%도 되지 않는데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9%대를 넘는 슈퍼예산을 편성하고, 국가채무는 2023년까지 GDP 대비 46.4%로 높이겠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극일(克日)은 일본이 걸었던 경제침체의 길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지쳐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은 경제적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금 등 부담을 덜어주면서 국제 경제협력 강화로 기업이 해외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정 전반을 혁신해 저출산·고령화 대응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든든한 경제·사회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것이 정부가 서둘러 해야 할 일이다.
정부 주도의 국가예산 살포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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