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섭취해도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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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공급량이 줄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른 소비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2011년 돼지 구제역 발생으로 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리며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랐을 6월 15일 당시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1kg 가격은 2만2693원으로 평년의 1만6807원보다 35% 올랐다. 중국에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다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겹치며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1개월간 25% 이상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농가에서는 엎친 데 덮쳤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52시간 근무제 확산 등으로 인한 회식문화 감소, 식습관 변화 등에 따라 돼지고기 소비량이 감소했다. 이에 돼지고기 가격도 급락한 상태다. 실제 8~9월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kg당 평균가격은 1만8000~1만9000원대로 평년의 2만1000~2만2000원대보다 낮다.
농가 입장에서 수요가 많아 돼지고기 값이 오른다면 좋겠지만, 공급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은 반가울 리 없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질병 발생은 한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인 상황이니가 당연히 농가들도 긴장을 하고 있다"며 "일단은 정부 대책에 맞춰 농가들도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말 돼지 구제역이 발생해 2011년 4월경 확산세가 꺾였다. 그러나 4월 중순에 다시 구제역 감염이 신고돼 이후 서울,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확산됐다. 당시 살처분 피해액은 3조원이었고, 350만마리 이상의 가축이 살처분 됐다. 2014년에도 7~8월 경북과 경냠지역에서 돼지 구제역이 다시 발병했다. 이 구제역은 잠시 사그라 들었다가 12월에 다시 창궐해 다섯달 가량 이어졌다. 2015년 4월까지 전국 7개 시도로 번지면서 6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
■소비시장, 구제역 악몽 떠올라 '긴장'
아직은 초기라 소비가 감소한다는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점주도 있었다. 오전에 만난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한 판매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돼지고기 가격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서울역 인근에서 참숯고깃집을 운영하는 안모씨는 "40년 이상 장사를 했는데 콜레라든 구제역이든 먹을 사람은 와서 먹는다"며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조금 오르기는 하지만 어차피 불에 가열하면 균도 없어지고 사람 몸에 해롭지도 않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과거 돼지 구제역 등을 겪은 적이 있는 대부분의 식당들은 다시 악몽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서울 용산역 부근에서 30년 이상 원흥정육점을 운영 중인 전진구씨는 "과거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가장 컸는데 익히면 괜찮다고 해도 두 번 사먹을 사람이 한 번만 사먹는 식이 되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도 파주에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확산된다면 또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고깃집처럼 돼지고기 메뉴를 주로 판매하는 식당들은 걱정이 크다. 갑자기 메뉴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역 인근에서 고깃집인 오지화로를 30년 운영한 최모씨는 "여기는 거의 직장인들 점심 및 저녁시간이 가장 장사가 잘되는데 과거 돼지 전염병이 터졌을 때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다 차지 않을 때가 있었다"며 "오늘은 다행히 평상시처럼 손님이 왔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 이전처럼 손님들 발길이 끊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 이용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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