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銀 몽골 조림사업
【 울란바토르(몽골)=이진혁 기자】 지난달 2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 230km 떨어진 볼간 아이막(道) 바양노르 솜(郡).
마을에 향하는 길은 '호수가 많다'는 지명 유래가 무색할 만큼 황량했다. 수십여 개였던 호수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움푹 패인 땅에는 사막화의 지표 식물인 하르간(좀골담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바양노르 호수마저 30년 전보다 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다. 호수는 회녹색 빛이 돌았다. 다가가니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물이 귀해지자 가축이 줄었다. 가축이 줄자 유목민이었던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마을 주민 바트히식 씨(49)는 "하르간은 가축들이 먹지 못하는 식물"이라며 "더는 가축을 키우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지구 온난화로 몽골은 국토 대부분이 사막화 위험에 처했다. 몽골 사막화는 황사 피해를 받는 우리나라에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몽골의 사막화 현상은 '호수가 많은' 바양노르만의 문제가 아니다. 몽골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1166개 호수와 887개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
과거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89도 올랐으나 몽골은 67년(1940~2007년)간 2.1도나 올랐다.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78%까지 확대됐다.
몽골의 사막화는 전 지구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02~2011년) 동안 국내에 영향을 준 황사 80%는 몽골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원했다.
몽골발 황사는 1991년에 비교해서 2006년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황사 발생 시 미세먼지 시간당 최고농도가 평상시보다 29배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예삿일로 볼 수 없다.
담딘 몽골 환경부 자문위원은 "무분별한 광산 개발과 조림지를 훼손하는 가축 탓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NGO 푸른아시아는 사막화 방지를 위해 국내 지자체와 기업과 함께 2007년부터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푸른아시아는 지금까지 몽골 지역 9곳에 조림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양노르는 푸른아시아가 처음으로 조성한 조림사업장이다. 사업장 기획을 맡았던 천권환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은 "호수가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호수가 많다'는 지명 유래를 듣고 몽골 사막화의 상징이라 생각했다"고 선정 배경을 말했다. 푸른아시아는 최근까지 바양노르에 14만여 그루의 방풍림(40%)과 유실수(60%)를 심었다.
조림사업장이 자리 잡은 마을 중심에는 마을 바깥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을 둘러싸고 5m가량의 포플러 나무와 비술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주민들은 사막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을 뒤로하고 비타민 나무라 불리는 차차르간 열매를 수확하고 있었다.
■푸른아시아 '지속가능' 자립 모델 정착
푸른아시아는 단순 조림사업을 떠나 주민들의 '자립'까지 돕고 있다. 이보람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대리는 "강수량이 적은 몽골 토지에서 나무를 심고 관리를 안 하면 금세 다 죽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에 바양노르 조림사업장에서는 산림조합을 결성하고 조합원 14명이 자립을 목표로 환금 작물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올해 차차르간 열매와 비닐하우스 영농, 영묘 등으로 2000만 투그릭(900만원)의 수익을 얻기도 했다.
잉흐자르갈(51) 바양노르 산림조합장은 "올해 차차르간 열매 수확량이 많아 마을에 실업자를 추가로 고용했다"며 "단순히 조합원만 잘사는 게 아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잘살고 싶다"고 밝혔다.
조림사업으로 도시로 떠났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와도르즈 바양척드솜장은 "일자리가 새로 생기면서 울란바토르로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왔다"며 "이번 계기로 마을 경제가 활성화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푸른아시아는 지속가능한 사막화 방지 모델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천 위원은 "성숙기에 접어든 바양노르 사례를 교훈삼아 다른 조림사업장에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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