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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도 회장 '황제접견' 도운 변호사들…법원 ″징계 정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3 09:21

수정 2019.10.13 09:49

주수도 회장 '황제접견' 도운 변호사들…법원 ″징계 정당″

[파이낸셜뉴스]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던 주수도 전 제이유(JU) 그룹 회장이 하루에도 수차례 접견하는 등 일명 '황제 접견'을 할 수 있도록 도운 변호사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들 변호사 중 한 명은 주 전 회장을 비롯해 다수 수용자를 상대로 6개월 간 1500여차례 구치소 접견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변호사 김모씨와 하모씨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와 하씨는 지난 2017년 2월 변호사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각 정직 1개월, 견책 징계를 받았다. 김씨는 정직 징계가 과하다며 이의신청을 내 과태료 1000만원으로 변경됐고 하씨는 견책 징계가 유지됐다.
김씨 등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변론 과정에서 "주 전 회장 등 다단계 사기사건 수용자 5명에 대해 미선임 상태에서 접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수의 피해자로 구성된 단체가 과격한 행동을 할 조짐을 보여 변호인 선임신고서가 제출될 경우 위협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피의자의 소송준비나 방어권 행사와 관련 없이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남용해 변호사법이 규정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수용자의 변호인이나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 인정되고, 소송준비나 방어권 행사와 실질적으로 관련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변호인이 다른 목적에서 접견교통을 하는 경우는 정당한 접견교통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씨는 김씨 지시에 따라 6개월간 약 1500회에 걸쳐 월평균 약 260회에 이르는 접견을 했다"며 "2015년 3월 문제의 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한 변호사 1473명 중 95% 변호사가 월 20건 미만 접견만을 진행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하씨가 1개월 간 200회 이상 접견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씨는 6개월 동안 미선임 상태에서 주 전 회장을 월 평균 56회 접견했고, 접견 가능일이 월 20일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하씨는 주 전 회장을 한 달 내내 매일 약 3회 접견한 것"이라며 "다단계 사기 사건의 난이도를 감안하더라도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와 같이 접견한 것은 정상적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씨 등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주 전 회장을 539회 접견했는데, 그 결과 주 전 회장은 같은 기간 중 무려 979회로 가장 많은 접견을 받은 수용자가 됐다"며 "하씨는 문제가 된 수용자들을 위해 어떤 내용의 변호 활동을 수행했는지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주 전 회장은 다단계 사기를 통해 2조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 2007년 징역 12년을 확정받아 올해 5월에 형이 만료됐다. 하지만 지난 2월 1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또 다시 재판에 넘겨져 복역 중이다.
하씨는 이 사건에도 변호인 선임계를 낸 상태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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