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우르과이라운드 비준 정국서 주사파 발언이 정국 분수령
[파이낸셜뉴스]1994년 우르과이라운드 국회 비준을 앞둔 정국에서 주사파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9일 선종했다. 향년 77세.
최근에는 입원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4시 40분에 선종했다.
박 전 총장은 신장 투석을 받아 몸 상태가 악화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았고, 이곳에서 당뇨 합병증 판정을 받고서 치료를 받아왔다. 박 전 총장의 빈소 관계자는 "최근 몸이 점점 악화해 (임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새벽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박 전 총장은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 총장 오찬에서 "주사파와 '우리식 사회주의'가 제한된 학생들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깊이 (학원가에) 침투돼 있다. 주사파 뒤에는 사노맹이 있고, 사노맹 뒤에는 북한의 사로청, 사로청 뒤에는 김정일이 있다"고 주장해 설화로 파문이 일었다.
당시는 정국이 우루과이라운드 국회 비준 문제로 홍역을 치르던 때였다. 농민과 대학생 등은 우루과이라운드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며 연일 격렬한 반대 시위를 해 비준안 국회 처리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박 전 총장의 주사파 발언으로 공안정국이 조성되며 정국은 분수령을 맞았다. 반대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그해 12월 WTO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발언으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공동의장 등 신자 6명으로부터 고해성사 누설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1991년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 분신 자살한 이후 분신 정국이 이어지자 "우리 사회에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주장해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인은 천주교 예수회 소속으로 세례명은 루카(누가)다. 1989년부터 8년간 서강대 총장을 지냈다. 1970년대에는 군사정권에 맞서서 싸웠던 진보 인사로 활동,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하자 서강대 학생들과 함께 추모 미사를 집전하다 중앙정보부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학생운동권 내에 주사파 세력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 90년대 들어 보수성향으로 돌아선 뒤 그동안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불렸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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