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 '펜벤다졸' 항암 효과 논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어 해외 직구 활발
식약처 암환자 복용 금지 권고, 통관에 영향 없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어 해외 직구 활발
식약처 암환자 복용 금지 권고, 통관에 영향 없어
최근 암환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개 구충제 '펜벤다졸'의 통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펜벤다졸은 저렴한 가격에 항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기존 항암제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일부 암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펜벤다졸을 통한 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다.
29일 현재 펜벤다졸 제재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에선 이미 물량을 찾아보기 어려운 탓에 아마존, 큐텐 등 해외 사이트를 이용한 직접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펜벤다졸 대신 유사한 성분의 사람용 구충제 ‘알벤다졸’ 제재를 복용하는 암환자들도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 중고거래와 구매 대행 또한 활발하다. 현행법상 동물약은 '동물약품 등 취급규칙'에 의해 허가된 동물 병원, 동물 약국 등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허가받지 않은 개인이 동물약을 판매하는 것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다.
펜벤다졸 제재에 대한 암환자들의 관심은 지난 9월 촉발됐다. 미국의 조 티펜스라는 암환자가 유튜브를 통해 말기소세포폐암을 완치했다고 밝히면서다. 2016년에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한 그는 펜벤다졸을 2년 동안 복용한 후 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폐암 4기 투병중인 개그맨 김철민이 펜벤다졸로 치료를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여기에 몇몇 의사들까지 나서 펜벤다졸 열풍에 불을 지폈다. 자신을 암 전문의로 소개한 A씨는 지난 10월 유튜브를 통해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미국 내과 전문의라고 밝힌 B씨도 암환자들이 모여 정부에 펜벤다졸 임상시험 추진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들은 펜벤다졸 복용 찬성자들에게 "유일한 양심적 (의사) 선생님 같다"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등 수많은 지지의 댓글을 받았다.
일부 암환자들이 펜벤다졸 사용을 멈추지 않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펜벤다졸의 복용 금지를 강력 권고했다.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한 임상시험이 없고 복용 용량∙시기∙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식약처의 복용금지 권고 이후에도 펜벤다졸 열풍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펜벤다졸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펜벤다졸의 약효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데다 항암제로 사용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는 "펜벤다졸이 항암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전혀 근거가 없는 소리는 아니다"라면서도 "장기간, 과용량 복용시 부작용과 적정 용량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생길수 있다"고 전했다.
관세청은 펜벤다졸의 통관이 금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펜벤다졸이 동물에게 사용되는 의약품인만큼 식약처의 복용금지 권고와 통관 여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펜벤다졸은 목적상 항암제가 아닌 개 구충제 용도로 수입된다"며 "현재 통관을 막을 만한 마땅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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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a@fnnews.com 박광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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