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창원 특파원】중국이 연초부터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에 대비해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과 1단계 무역협상 서명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2단계 무역협상부터 본격적인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과 허난성 정부는 이날 모두 876억위안(126억달러)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번 중국 지방채 발행은 한 해가 시작되자마자 단행될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중국 지방채는 작년까지만 해도 지방의회가 연간 예산을 승인하는 3월 이후 발행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 지방정부가 조기발행에 나선 것은 중국 중앙정부에서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지방 정부들에 운송,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지출을 앞당기도록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지방채 발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중국 지방채가 올해 신규 발행분만 3조위안(4286억달러)에 달하고 2조위안(2857억달러)어치가 재발행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2016년 이후 지방채 발행이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4조4000억위안을 넘어서는 수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연초부터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6일부터 6일부터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8000억 위안(136조원)의 자금 공급효과가 기대된다.
인민은행이 연초부터 지준율 인하에 나선 것은 올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경기참체가 우려된 데 따른 것이다. 지준율을 낮춰 은행이 대출에 사용할 자금이 늘어나면 개인과 기업에게 돌아갈 돈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가 중국의 실물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융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12월 말 쓰촨성 청두의 현지은행인 청두은행 지점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추가적으로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와 선별적 지준율 인하를 채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실질 금리와 전체적인 대출 비용을 낮춰 중소기업 융자난을 가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이처럼 조기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선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1월 15일 서명할 것이며, 나중에 나는 2단계 회담이 시작되는 베이징으로 갈 것"이라고 밝혀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했다.
그러나 1단계 무역협상 이후 본격적인 양국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중국 방문 때 미국산 제품의 추가 수입, 구조개혁 등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무역합의로 고조된 분위기를 이용해 방중 때 시진핑 주석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양국 관계 완화뿐만 아니라 무역갈등 심화의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중 무역전쟁이 2020년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며 "숨겨진 리스크와 여러 측면의 압력 속에 중국 경제가 올해도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측은 1단계 합의의 실행을 지켜본 뒤 2단계 협상에 들어갈지를 결정하려 하지만, 미국 측은 1단계 합의 실행과 2단계 협상을 동시에 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2단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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