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日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소설이 원작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 전도연
새로운 연기 톤 선보이는 정우성
기존 범죄극과 비슷한 듯 새로워
日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소설이 원작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 전도연
새로운 연기 톤 선보이는 정우성
기존 범죄극과 비슷한 듯 새로워
각 인물들의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먹이사슬처럼 얽힌 이들의 현실은 징글징글 맞다. 차이라면, 그 지독한 아귀다툼을 경쾌하고 세련되게 영화적으로 담아냈다는 것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신현빈, 윤여정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좋다. 배우들의 미묘하지만,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김태성 촬영감독은 "캐릭터들이 너무 억눌린 인생처럼 보이지 않고, 그들의 행위 자체도 너무 잔인해 보이지 않게 과도한 표현을 자제했다"고 밝혔는데, 이 때문인지 소재는 무겁지만, 영화 자체는 지나치게 비장하거나 어둡지 않다.
물론, 그들의 '짐승'같은 본능을 되새기면 소름이 쫙 끼친다. 특히 사랑과 우정, 연민조차도 모두 믹서기에 갈아서 자기 목적 달성의 거름으로 활용하는 '연희' 역의 전도연이 그렇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연희는 마치 아름다운 독초와 같다. 애초 조폭에 가까운 고리대금업자 박사장보다 더 살벌하게 다가온다.
동명의 일본소설이 원작이다. 저자 소네 케이스케는 2007년 '코'로 제14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하고, '침저어'로 제53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열대야'로 제6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상을 수상해 '경이의 신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와세다대학을 중퇴하고 만화 카페 점장, 사우나 종업원 등 프리터로 지낸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태영(정우성), 가족의 생계를 위해 찜질방에서 일하는 중만(배성우), 빚 때문에 술집에서 일하는 매 맞는 아내 미란(신현빈), 새 인생을 도모하는 룸싸롱 사장 연희(전도연) 그리고 고리대금업자 박사장(정만식) 등은 서로 속고 속이며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으려 한다.
누구나 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는 설정은 친숙하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방식은 익숙한 듯 새롭다. 인물들의 절박한 상황이 서로를 옥죄는 가운데, 그들의 행동이 시공간을 교차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기존 범죄극과 유사한듯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다.
배우들간 앙상블도 좋다. 시쳇말로 '연기 구멍'이 없는데 특히 정우성의 연기 톤이 흥미롭다. 극중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인생 한방'을 꿈꾸는 허세 있는 인물로, 센 척 하지만 충분히 독하지 못해 이리저리 치이는데 그 모습이 연민과 웃음을 자아낸다. 의외로 권선징악적인데, 돈에게 영혼을 잠식당한 이들은 그 정도에 따라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결말을 맞는다. 애초 12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개봉 시기가 늦춰졌다. 청소년관람불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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