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L코리아 캐피탈마켓부
부동산 에이전트 업계의 ‘이세돌’로 불리는 존스랑라살(JLL)코리아 캐피탈마켓부도 이와 비슷한 능력을 보여준다. 딜(거래)의 세계에서 이면의 역학관계까지 읽는 ‘눈’이다. 마케팅 자료를 잘 만들어 잠재 매수인들의 니즈를 사로잡는 것이 99%라면, 이 ‘눈’은 딜을 완성시키는 1%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가격 외 니즈를 읽는 ‘눈’..매입·매각 넘어 임대차 등 ‘원스톱 서비스’ 지난해 서울 중심업무지구 내 최고가를 기록한 스테이트 남산 딜은 캐피탈마켓부의 특별한 ‘눈’의 능력이 작용했다. 기존 소유주는 중동 최대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 였는데, 가격 외 니즈(Needs)를 읽었다. 운용자가 공무원인 만큼, 딜을 순탄하게 끝낼 수 있는 원매자에 대한 선호다.
장재훈 JLL코리아 대표는 “수많은 원매자들이 몰렸지만, 5886억원에 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고가격이 아니였다”며 “중동 국부펀드는 딜이 중간에 깨지는 것을 터부시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반영해 안정적인 원매자를 찾아줬을 뿐만 아니라, 3.3㎡ 당 2900만원을 상회하며 서울 중심업무지구 내 최고가를 기록하는 성과도 냈다”고 밝혔다.
센터포인트 서초(옛 국제전자센터)도 이면의 역학관계를 읽어 매각에 성공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이 건물을 2013년 인수했지만, 2015년부터 매각이 연이어 불발됐다. 시장에서 쳐다보지 않는 건물로 평가를 받았다. 몰과 오피스가 결합된 복합시설로, 몰을 개인들에게 분양해 오피스의 가치를 높이기 어려웠다.
이기훈 상무는 경쟁입찰보다 투자자들을 1대1로 찾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당시 투자 압박을 받고 있던 증권사들을 타깃 원매자로 삼았다. 결국 가장 높은 가격 및 클로징(거래종료)이 검증된 유진투자증권에 매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셀다운(총액인수 후 매각)을 통해 케이리츠앤파트너스에 매각했다.
강남 N타워는 100% 공실였던 개발 물건을 4860억원이라는 좋은 가격에 매각을 성사시킨 사례다. 글로벌 회사의 임대차 계약을 직접 관리해주는 임차대행팀의 서비스를 거래에 활용한 결과다. 글로벌 게임회사, 국내 유수 금융기관, 제약회사의 임대차 계약을 이뤄냈다. 그 결과 KB부동산신탁이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리츠를 통해 인수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매각도 JLL 호텔 및 호스피탈리티 부문과 협업을 통해 이뤄냈다. 호텔은 오피스와 달리 운영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정우 이사는 “하얏트의 장기적인 호텔 위탁운영 계약을 통해 그랜드 하얏트 브랜드로 계속 운영되는 만큼 호텔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했다”며 “매각 업무 개시 후 최종 매각까지 1년여 시간동안 충분한 설명으로 신뢰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T타워(옛 LG유플러스빌딩) 매각도 임대 및 자산관리팀과 협업했다. 지난해 3월 싱가포르계 케펠자산운용은 리츠를 통해 2526억원에 T타워를 인수했다. 한국에서 첫 부동산 매입사례다. 한국에서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던 만큼 캐피탈마켓팀은 임대 및 자산 관련 솔루션을 제시했다.
■중소 부동산 등 매입·매각 형태 다양화..펀드 자문은 글로벌 IB와 경쟁
JLL코리아 캐피탈마켓부가 수행한 자산거래 규모(딜 클로징 기준)는 2018년 1조6000원대에서 2019년 3조1000억원대로 2배나 늘었다. 국내 부동산서비스 회사 중 선두위치다. 왠만한 랜드마크 딜들은 JLL코리아가 에이전트로 활약한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장 대표의 올해 목표는 계속해서 매입매각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동시에 중소 부동산 등 매입·매각 형태의 다양화다.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 오피스 위주에서 물류센터 등 자산 다각화다.
장 대표는 “대형 오피스는 권역에만 있는 만큼, 지역 중소형 물건인 상가, 중견기업 건물, 공장이 앞으로 주력 대상이다. 시장규모도 몇백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2000년 4월 설립 후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만큼, 비슷한 도시의 임대수준 등 사례를 통해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증권의 창원·부평·부천의 사옥 매각은 지방 네트워크를 통해 매각에 성공했다. 김수옥 부장은 KB증권의 에이전트로 매수인을 빠르게 찾아 매각을 3개월 만에 끝냈다.
김 부장은 “2008년부터 SC제일은행 지점 30여개 이상을 매각하면서 전국 각 지역의 자산가들과 형성한 부동산 네트워크가 딜 성사에 도움을 줬다”며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1000억원 이하 물건 매입·매각 중개에 관심이 많다. 한 필지에 증여·상속자가 28명이나 있었던 부지도 합의서를 받아내고, 관심있는 매수자를 찾아 매각을 성사시킨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KT&G가 2017년 개발부지 목적으로 매입한 2380.7㎡ 규모 ‘서울 상봉동 주차장 부지’ 거래는 JLL코리아의 오피스 중심 자문을 다각화하는데 기여했다. 당시 이 부지는 몇시간 단위로 가격이 오르고 당일과 차일 계약자가 수시로 바뀌었다.
중소형 부동산 투자 자산자문팀의 김명식 이사는 하루 단위로 토지주와 밀접하게 접촉해 설득했다. KT&G와 협력을 이끌어냈고 결국 매수에 성공했다.
김 이사는 “지방자산은 각 기업들이 상당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체계적 관리보다 지역 부동산에 의존하는 편이다. 중견법인, 회사들이 부동산을 부수적인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며 “그러다보니 지역 부동산에서 투명성, 윤리적인 문제가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물건에 찾아가는 방식으로,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의 노하우를 풀려고 한다”며 “자산 유동화가 느리고, 노후화된 자산을 밸류애드(가치상승)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자문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경쟁 상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2개 펀드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7개 펀드의 자금 유치를 돕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펀드 자문 업무를 총괄하는 한영희 상무는 “AIG에셋매니지먼트는 2조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미국에 있는 자산에 투자하려고 한다. 앵커(핵심) 투자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보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도 대출 투자 관련 개방형 펀드의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며 “조직을 좀더 키워 다른 IB처럼 여러 방면에서 자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