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사람유두종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성별은 없다… 예방접종 아시죠?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7 04:00

수정 2020.03.27 04:00

자궁경부암 99.7%는 HPV 탓
생식기사마귀·음경암·항문암 등
자궁없는 남성도 감염질환 겪어
韓, HPV 백신 여아만 무료 지원
美 등 선진국은 남아로 대상 확대
사람유두종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성별은 없다… 예방접종 아시죠? [Weekend 헬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전 세계 여성암 2위로 알려진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이다. HPV는 자궁경부암 발병원인의 99.7%를 차지한다.

■자궁경부암 여아 대상 백신 접종 5년

자궁경부암은 질에 연결된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약 80%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검사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인해 그 발생률이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증상은 초기에 거의 없는 편이나 성교 후 경미한 질 출혈이나 폐경 이후의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암이 진행되면서 출혈 및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궤양이 심화된다.

2차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악취가 동반된다. 암이 진행해 주변 장기인 직장이나 방광, 요관, 골반 벽, 좌골 신경 등을 침범하게 되면 배뇨곤란과 피가 섞여 나오는 소변, 직장출혈, 허리통증, 하지의 동통 및 부종,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HPV 백신이 출시되면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6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HPV 백신을 포함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HPV 백신 무료 접종사업을 시행 중이다. 또 국가암검진 사업에 자궁경부암이 포함되어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마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무료로 지원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부터 법정감염병 분류를 심각도, 전파력, 격리 수준에 따라 군 체계에서 급 체계로 바꾸고 4급 감염병에 HPV를 포함했다.

HPV 백신의 NIP 도입 첫 해에는 접종률이 50.1%에 불과했다. 하지만 질환 인식 제고와 사업 홍보 등의 성과로 2018년에는 접종률이 87.6%에 육박했다.

■남성도 HPV 감염 발생

이제 우리는 HPV 관련 질환 혹은 적어도 자궁경부암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HPV는 말 그대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자궁경부암은 HPV로 유발되는 가장 대표적인 여성 질환이며 남성에서도 HPV 관련 감염 및 질환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HPV 유형은 200여 종으로 남녀 모두에서 항문이나 생식기 주위 감염을 유발하고, 지속적으로 감염될 경우 자궁경부암, 항문암, 외음부암, 질암 등의 5개 암과 생식기 사마귀 등 치명적 질환을 일으킨다.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김성민 교수는 "남성의 경우 HPV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지 않지만 이와 관련된 생식기사마귀, 음경암, 항문암에 대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또 성파트너에게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2018 감염병 감시연보'에서도 생식기 사마귀 신고 건 수가 2018년 5402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 901건 대비 약 6배 증가했다.

■40여개국서 남성도 백신 접종

국내 생식기사마귀 환자의 절반은 남성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만 HPV 백신 접종하는 것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한감염학회는 성인예방접종 지침서를 통해 남성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도 했다.

HPV 백신을 NIP에 도입한 113개국 중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 선진국을 포함한 40개국은 여아뿐만 아니라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한 HPV 백신 접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6개국 중 체코, 이스라엘 등을 포함한 18개 국가 역시 NIP에 남아를 포함하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한국은 GDP 20위에 속하는 경제력이 있는 국가임에도 아직 헝가리, 멕시코 등과 같이 HPV 정책을 여아에만 한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HPV 국가예방접종을 처음 채택한 국가들 중 하나인 호주는 모델링 연구를 토대로 2034년에는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10만명당 1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캐나다에서도 20년 안에 자궁경부암을 퇴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첫번째 자궁경부암 퇴치 국가' 타이틀을 두고 선의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국제 HPV 인식의 날을 제정한 국제인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도 11~12세의 남녀 청소년에서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