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흑색선전의 도구 된 'n번방 사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6 17:49

수정 2020.04.16 17:49

[기자수첩] 흑색선전의 도구 된 'n번방 사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21대 총선은 여느 때보다 저열한 흑색선전이 판을 쳤다. 상대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내릴 목적으로 아슬아슬한 수위의 발언들이 오갔다. 각 후보들 입에선 매일같이 가시 돋친 말들이 나와 상대를 찔렀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라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가 있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정치적 도구로 삼은 이들에 대한 얘기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이슈를 놓고 일부 정치인은 '표 계산'을 했다. 상대 후보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면서 n번방 키워드를 끼워 넣었다.

미래통합당이 "관련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구성한 'n번방 사건 TF 대책위원회'의 포문은 가해자들이 아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향했다. '버닝썬 사건'의 제보자인 김상교 TF대책위원은 이들 정당 의원과 정부에 n번방과 사건과 같은 성착취 범죄를 제보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진복 통합당 선대위 총괄선대본장은 한술 더 떠 "여권 인사의 n번방 개입설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다"며 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여기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응시간을 주지 않고 선거까지 몰고 가려고 정치공작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n번방 음모론'을 제기했다.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안에도 상대 후보에게 n번방을 덧씌우는 후보도 있었다. 여야가 주거니 받거니 n번방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정쟁화하면서 해당 이슈는 '선거용 양념'으로 전락했다.

정작 20대 국회는 n번방 피해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지난 1월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n번방 방지법'이 국회에 접수됐으나 국회에선 '네 탓 공방'이 벌어져 소중한 시간을 날려먹었고, 부랴부랴 통과한 법안은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n번방은 절대 정쟁의 도구로 소모돼선 안 된다.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다. 그러나 상대를 n번방과 결부시켜선 절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다.


앞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총선 다음 날인 16일 임시국회가 시작된다. n번방 후속입법 논의 등 20대 국회가 마지막 소임을 다할 자리다.
볼썽사나운 모습은 총선 내내 보여줬으니 늦기 전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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