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죽기 전에 한번 봤으면" 36년 前 사라진 아들 못 잊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0 13:25

수정 2020.04.20 13:25

김형철군(38, 당시 2세)는 1986년 5월 29일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실종됐다. 긴 얼굴형, 이마 중간에 흉터, 앞 뒤로 튀어나온 두상을 가지고 있다./사진=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김형철군(38, 당시 2세)는 1986년 5월 29일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실종됐다. 긴 얼굴형, 이마 중간에 흉터, 앞 뒤로 튀어나온 두상을 가지고 있다./사진=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파이낸셜뉴스] "죽기 전에는 한 번 보겠죠. 자기도 한이 맺혔을 텐데…."
36년 전 아들과 이별한 박숙자씨(65)는 아들과의 만남에 대해 '내가 할 일은 벗어났다'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20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센터에 따르면 김형철군(38·실종 당시 2세)은 1984년 5월 29일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실종됐다.

어머니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직물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던 사이 아들이 사라졌다고 했다.

박씨에 따르면 오전 업무 중 아들이 보이지 않아 찾아다니다 '누군가 시장에서 형철이와 함께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가자, 어떤 사람이 아들에게 새 옷을 입히려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박씨가 제지하자, 그 사람은 "애가 너무 예뻐서 옷을 입혀주려 했다"고 얼버무린 뒤 도망갔다.
하지만 오후 일로 분주한 사이 아이는 또 다시 보이지 않았다. 박군은 그렇게 실종됐다.

경찰도 오랜 기간 수사에 나섰지만 아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박씨는 "사건사고 현장에 경찰 수사본부도 10년 가까이 없어지지 않았다"면 "수사관들이 푸세식 화장실까지 퍼 볼 정도로 샅샅이 뒤졌지만 아들을 찾지는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씨는 김군이 납치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공장 지대가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논밭밖에 없었다"면서 "아이 혼자 나갈 수 없는 곳이라, 누가 의도적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실종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이후 박씨는 공장 문을 닫고 아들 찾기에만 매달렸다. 박씨 부부는 전단지를 뿌리고, 전국의 보육원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고, 그러는 사이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36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많이 덤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면서도 "한동안 별 것도 아닌 일에 크게 놀라는 등, 사건 후유증은 컸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제 김군이 직접 자신을 찾아오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제 아들이 직접 찾아오는 길 밖에는 없는 것 같다"며 "버림받았다고 생각해서 찾아오지 않는다는 실종 아동도 많다고 하는데, 오해를 풀고 마음을 열고 찾아왔으면 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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