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의료산업이 쌍두마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7 17:54

수정 2020.05.07 17:54

[특별기고]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의료산업이 쌍두마차
최초의 불교 경전인 수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나아가라." 타인에게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면 해탈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일상이 개인화돼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얼론(Alone) 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됐고, 그 결과 현재는 사람 사이의 접촉조차 아예 없어지는 언택트(Untact)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는 이전과 다른 형태의 산업패턴이 전개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을 한다.
이런 때일수록 역량을 파악해 우리가 선도했던 것과 선도해야 할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독일은 자동차산업과 정밀기기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아는데, 1980년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았다. 그런데 제조업 호황에 안주하게 되어 2000년대 들어 ICT산업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SAP의 헤닝 카거만 전 회장이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를 통해 인더스트리 4.0을 강조하게 한다. 2015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슬로건으로 독일의 ICT산업을 부흥시키고자 했다. 그 선두주자로 아디다스는 ICT를 활용한 스피드팩토리를 내세워 세계적으로 홍보한 덕에 자동차산업과 함께 독일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선도했던 ICT산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현재 5G 기술을 활용한 이마트24 셀프,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티켓 키오스크, 무인텔, 배달의민족, 쿠팡, 마켓컬리 등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됐다. 언택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이를 이미 상용하고 있는 한국은 언택트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적으로 원격근무, 원격진료나 온라인 교육을 위한 원격컨퍼런싱 산업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원격컨퍼런싱은 언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경쟁자인 중국의 딩톡, 텐센트미팅, 줌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본격적인 투자와 설비 확충을 해야 한다.

선도해야 할 분야는 의료산업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여겨온 많은 국가들이 방역체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한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다수의 환자 발생으로 방역체계가 허술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의료진의 헌신적 희생과 벤처기업의 혁신적 검진키트로 빠르게 확진자를 식별해 격리함으로써 현재는 세계 각국이 한국의 시스템을 배우려는 상황이다. 한국의 의료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도약하려면 프랑스 사노피, 일본 다케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스위스 로슈, 미국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바이오·메디컬기업 육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규제혁파, 인수합병(M&A) 시장 확대, 인허가 심사기간의 과감한 단축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해결방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의 강점인 ICT를 통한 언택트 산업과 코로나19 사태로 얻은 의료산업 역량을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경쟁력은 선택과 집중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이제 언택트와 의료산업이라는 두 개의 뿔로 한국은 스스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았다.
무소처럼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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