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생후 3개월 된 딸을 혼자 집에 남겨둔 채 술을 마시고 외박하는 등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20대 아버지가 2심에서 감형받았다.
딸에 대한 최소한의 양육의무도 다하지 못한 점은 인정되지만, 아내의 사망으로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사정을 고려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양진수 배정현)는 2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장모씨(29)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명했다.
장씨와 권모씨(29·여) 부부는 2017년 2월 결혼한 뒤 같은해 7월 첫째딸 A양을, 지난해 1월 둘째딸 B양을 출산했다.
장씨는 지난해 4월18일 오후 6시께 아내의 전화를 받고 B양에게 분유를 먹인 뒤 집에 혼자 두고 외출했다.장씨는 약 2시간30분 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고 권씨는 외박했다.
권씨는 다음날 오전 7시20분 장씨를 또 불러냈고, 이번에도 장씨는 B양을 혼자 집에 두고 아내를 만나러 나갔다. 전날 저녁 마지막으로 분유를 먹고 엎드려 잠들었던 B양은 결국 질식사한 채 발견됐다.
장씨 부부는 집안에 담배꽁초, 소주병, 음식물쓰레기 등을 적치해 악취가 풍기는 환경에 두 딸을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수사기관에서 장씨는 "양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권씨는 "직장생활로 인해 주 양육을 남편에게 맡겨서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유기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장씨에게 징역 5년을, 권씨에게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고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했다.
2심은 1심과 같이 아동학대치사와 아동유기·방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후 3개월에 불과해 목도 못 가누는 아이를 4시간 넘게 엎어놓고 방치하면 질식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며 "더구나 B양은 미숙아라 더 세심한 보호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A양을 양육했다"며 "딸을 두고 외출하는 등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의무도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것은 아니고 배우자가 사망하는 또 다른 비극을 겪었다"며 "혼자서 자녀를 양육하게 될 사정 등을 고려해 형을 새롭게 정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2심 재판 도중 사망해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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