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공모 지원 1곳··· 총 3곳 접수
이재명 지사 추진에 여론은 긍정적
의사협회 반대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21대 국회 발의 및 입법이 최대 과제
고 권대희씨 母 이나금씨 "역할 할 것"
[파이낸셜뉴스] 이재명표 수술실CCTV가 민간병원에도 달린다. 도내 공공병원에 이어 민간병원에까지 수술실CCTV를 확대하는 정책이 시행을 코앞에 둔 것이다. 경기도민 대상 설문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수술실CCTV가 이재명 지사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지사 추진에 여론은 긍정적
의사협회 반대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21대 국회 발의 및 입법이 최대 과제
고 권대희씨 母 이나금씨 "역할 할 것"
하지만 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공모기간까지 연장했지만 CCTV를 달겠다고 나서는 병원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등이 ‘환자 기본권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수술실CCTV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격 혜택, 추가 공모에도 지원은 3곳뿐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19일 마감된 도내 민간병원 수술실CCTV 설치 지원사업 추가 공모에 응모한 병원은 단 1곳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12개 민간병원을 모집한다고 첫 공고를 냈을 당시 응모한 병원 2곳에 더해 단 3곳만 수술실CCTV를 달겠다고 자원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총 3곳이 접수했다”며 “모두 병원급으로 명단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확인했다.
응모하는 병원은 경기도로부터 도비 3000만원을 지원받아 수술실에 CCTV와 관리시스템을 설치하게 된다. 도는 이들 병원을 대상으로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병원으로의 수술실CCTV 확대는 이재명 지사 당선 첫해인 2018년부터 예고된 사업이란 평가가 많았다. 당선 직후인 10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특히 설치에 앞서 진행한 도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91%가 경기도의료원 수술실CCTV 설치 찬성을, 87%가 민간병원으로의 확대설치 찬성입장을 밝혀 정책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달 8일 자신의 SNS에 “법과 규칙 그리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충실하게 지키는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들은 수술실CCTV를 반대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오히려 무너진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제고 할 것”이라고 글을 올리는 등 수술실CCTV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다.
■수술실CCTV 요구 여론 뜨거워
수술실CCTV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5월 말부터 유령수술과 그 진화형인 공장식수술 관련 공판이 이어지며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수술실에 CCTV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언론에 반복해 노출되면서다.
지난달 21일 열린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 1심 공판,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 있었던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김선웅 원장의 명예훼손 공판이 그것이다.
김 원장 사건은 2013년 한 대형성형외과에서 눈과 코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숨진 사건 이후 의사회가 벌인 일련의 진상조사에서 드러난 사실 및 의견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고발당한 사건이다. 이 두 차례 공판에선 증인신문과 피고인 변론을 통해 이 병원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실이 드러났는데 다음과 같다.
우선 증인신문에선 이 병원에서 봉직의사로 근무하다 유령수술 실태를 공익제보한 조모씨가 나섰다. 조씨는 공판에서 △병원장이 중태에 빠진 장모양 전원을 지연시킨 사실 △병원장이 당시 의무기록지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사실 △의무기록지를 위조하기 쉽도록 연필로 작성토록 지시한 것 △돈을 더 많이 낸 환자와 적게 낸 환자를 다르게 취급한 정황 △당시 검찰이 병원장을 상해가 아닌 사기죄로 축소해 기소한 의혹 등을 증언해 충격을 던졌다. <본지 5월 30일. ‘의무기록지 고치고 의사끼리 입 맞추라 지시 "처벌은 없었다"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김 원장의 피고인 변론에선 ‘권대희 사건’을 중심으로 지난 7년 여 동안 그가 확보한 공장식 유령수술 피해 사례가 언급됐다. 당시 김 원장은 “유령수술로 200~300명이 죽었다고 했는데 근거는 있나”란 검찰 질문에 “합리적 추정”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수술실CCTV가 보편화되지 않아 정확한 피해사례를 꼽는 게 불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내용으로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CCTV는 '절실'
수술실CCTV 논란의 중심에 있는 권대희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망한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500여 차례나 영상을 돌려보며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한 이 사건은 권씨 사망 후 4년이 지난 지금에야 형사 1심이 진행 중이다.
CCTV 등을 토대로 이뤄진 수사에선 △권씨 수술 당시 동시에 3개의 수술이 진행됐고 △집도의가 뼈만 절개하고 다른 수술실로 이동한 것 △사전 합의되지 않은 그림자의사가 수술을 이어받았으며 △마취과의사도 수술실을 오가느라 권씨가 흘린 혈액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던 권씨를 두고 의료진이 퇴근했다 밤이 늦어서야 돌아왔고 △권씨가 전원되기까지 단 한 차례도 수혈을 받지 못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그러나 권씨 유족은 검찰 수사에 불복해 법원에 검찰기소의 당부를 구하는 재정신청을 접수했으며 어머니 이나금씨(60·여)는 한 달 이상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다. CCTV가 있음에도 검찰이 의료진의 상해치사나 사기는 물론 의료진의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혐의조차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술실CCTV마저 확보하지 못한 유족이 어떤 상황에 놓일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분당 차병원 신생아 사망 은폐 사건,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수술실 등에서 성추행과 엽기발언을 지속한 인턴 사례, 최근 강남경찰서가 조사 중인 간호조무사의 마취된 여환자 추행사건 등 CCTV가 환자 인권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가 여럿이다.
■"수술실 범죄는 우리 아들에서 끝나야"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수술실CCTV 설치법(이른바 권대희법)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논의 없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간사였던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명연 전 의원(미래통합당)은 단 한 차례도 해당 법안 논의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5월 30일. ‘[단독] 의원 한 명도 '논의하자' 제안 없어··· 수술실CCTV 법안 폐기 전말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올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정 의료행위 방지와 환자 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음에도 국회는 요지부동이었다.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전 이나금씨가 홀로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 섰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 병원 수술실에 CCTV가 달리기 위해선 국회를 통한 입법이 필수적이다. 경기도와 같이 지자체장이 적극 나서더라도 권한이 공공병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법 관련 입법이 쉽지 않은 현실은 수술실CCTV 의무화를 기다리는 이들을 낙담하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한의사협회의 반대가 가장 큰 장애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발의된 법안과 관련해서도 의협은 ‘소극적 진료로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사회 역시 민간병원 CCTV설치 지원사업 재공모가 공표된 이후 “이재명 지사의 수술실CCTV 설치 지원사업이 얼마나 허황되고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인지 여실히 증명됐다”는 성명을 내 반대입장을 확실히 했다.
한편 지난 수년 간 수술실CCTV 입법을 위해 노력해온 이나금씨는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도록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이씨는 “수술실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져 귀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건 우리 대희에서 끝나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모든 병원 수술실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널리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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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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