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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극복, '돌봄 노동' 가치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8 18:02

수정 2020.07.08 18:02

"저출생 극복, '돌봄 노동' 가치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기록된 가운데 저출산 원인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서 찾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정책적으로 출산보다 돌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8일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개최한 '저출산 대응을 위한 인문사회 포럼' 3번째 토론회에서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이를 사회 속에서 안전하게 기를 수 있다는 기대와 신뢰가 만들어져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저출산'이라는 용어부터 바로잡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산의 경우 '출산'에 초점을 맞춰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점에 대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별 여성에게 저출산의 책임이 전가되고, 그렇게 되면 여성을 출산하는 몸으로 도구화시킬 수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에 반해 '저출생'은 우리 사회에 아이가 덜 태어나는 문제에 대해 집중한다. 여성의 탓이 아니라 저출생이 국가와 사회적 책임이라고 보는 것이다.

배 교수는 "용어의 변화는 패러다음의 변화"라며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게 아니라 부모가 되고 싶어할만한 사회적 조건을 구상하고 만들어나가야한다고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회적 조건으로 돌봄 노동에 초점을 맞췄다.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역할이라고 여겨져 온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성역할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족을 경제적 부양과 돌봄의 공동체로 정의하고 부양과 돌봄을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가족 밖의 유급 돌봄노동의 일자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하고 질적으로 좋은 노동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 구성의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정미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률혼주의와 부계혈통주의에서 벗어난 가족은 모두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한국의 가족이념을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족 출산이 아닌 여성 출산으로 변모할 때, 여성이 완전한 시민으로 부계제 가족과 법률혼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인구와 미래사회, 청년, 여성과 가족, 발전주의. 코로나19 이후의 삶이라는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이번 포럼을 통해 저출산 원인에 대해 우리 사회와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접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토론회에서 논의된 의견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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