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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부 주도형 공모리츠 방식으로 추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3 17:48

수정 2020.07.13 18:20

전문가들, 집값 안정화 방안 제안
공모리츠 통한 간접투자 방식
시장 과열 막고 공급 늘릴 것
지역형 SOC 사업도 정부가 주도
'3000조' 시장 유동성 흡수해야
공급대책이 미미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격화되는 가운데 핵심 규제지역인 서울의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정부 주도형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갑자기 완화할 경우 집값이 단기간 폭등할 우려가 있어 이같은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형 공모 리츠를 통해 공급도 늘리고, 시장 유동성도 잡는 '일석이조'식 집값 안정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 주도형 공모 리츠로 사업 투명성 높여야


13일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대부분 은행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충당한다"면서 "그 자금을 은행에서 빌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리츠를 만들어 조성해 조합에 빌려준 후 사업이 끝난 후 조합과 나눠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부 주도형 공모 리츠는 정부가 자금을 모아 재건축 사업에 간접 투자를 진행해 서울의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정부가 뛰어들기 때문에 공시도 해야하고 투명성도 높아지다보니 오히려 재건축 사업이 건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정부가 공모 리츠를 통해 개인과 기관 등의 자금을 모아 조합에 빌려주고, 조합은 이 자금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 후 분양을 한다. 조합원이 가진 매물을 리츠가 사들인 후 분양을 해서 수익이 나면 배당을 하거나, 공공임대를 만들어 임대료를 나눠 갖는 방식 등을 통해 수익을 공유한다. 이미 정부 산하 LH·SH공사 등이 임대주택 리츠를 공모 리츠화하는 방식으로 공적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주도한 만큼 배당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적용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면서 "싱가포르 등에서도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이 공모 리츠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는 등 해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 유동성이 큰 상황에서 개인이 직접 재건축 분양권을 사고 투자를 하는 것보다 공모 리츠를 통해 간접 투자를 하는 방식이 시장 과열을 막고 공급도 늘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재건축 단지별로 공모 리츠를 만들어 투자금을 모은 후 프로젝트가 끝나면 리츠를 청산하고 또 다른 사업지에 다른 공모 회사를 만드는 등 지속적으로 다른 곳에 투자를 유도하면 재건축 시장의 과열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정부 주도로 하게 되면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고, 정부 역시 제도권 내에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하게 되니 조합이나 시공사 등 특정 세력에 혜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무작정 규제로 재건축 사업을 막기보다는 시장 유동성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동성 잡아야 집값도 안정화


또 전문가들은 단순히 공급만 늘린다고 해서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다며 3000조원에 달하는 시장 유동성 자금부터 잡아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이와 같은 공모형 인프라 리츠나 채권 발행 등으로 유동성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역형 SOC 사업을 하면서 채권을 발행해 시중금리보다 1% 포인트 더 높게 책정하면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동성을 잡지 못하면 어떤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조달청에서 발주를 해서 사업을 진행하는게 아니라 정부 주도로 공모형 리츠를 만들어 투자를 모아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게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유동성 자금을 통해 투자를 모으고 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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