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인선 거부' 통합당의 무한 비토권… 공수처 15일 출범 무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4 18:14

수정 2020.07.14 18:31

민주당'정해진 기한내 후보추천'
공수처 운영규칙案 밀어붙일땐
출범 가능하지만 정치적 부담 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면서 법으로 정해진 15일 공수처 출범 일정은 결국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임명하는 등 미래통합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공수처법 위헌 여부를 가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출범이 어렵다는 반대 방침이 확고하다. 야당이 사실상 '무한 비토권'을 행사하며 공수처 출범이 기약없이 미뤄지는 가운데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출범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여당 내 강경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통합당을 배제한 채 여권의 단독 출범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공수처장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았다.
공수처에 반대하는 통합당이 추천위원 인선을 거부하면서다.

민주당은 통합당 설득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의 동의 없이는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못해 공수처 출범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7명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중 민주당과 통합당 몫은 각각 2명인데, 6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통합당이 끝내 출범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공수처법 제정을 주도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공수처장 인사청문회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개정안과 함께 공수처 후속법안으로 발의한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운영규칙에는 국회의장이 정한 일정 기한까지 후보추천위원이 없으면 의장이 원내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을 요청하는 안이 담겼다. 야당 교섭단체는 통합당이 유일하다. 통합당 없이도 공수처를 출범시킬 수 있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동의없이 출범을 강행할 경우 검찰 기소권 분산 및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척결 등의 설립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높다. 추후 야당 인사가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경우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이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날치기하듯 법을 개정해 공수처를 출범시키면 공수처장은 그순간 낙인이 찍힐 수 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적어도 올해까지는 통합당과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공수처 위헌을 주장해온 통합당이 급선회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여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임됐다 '텔레그램 n번방' 주범 조주빈의 공범 변호를 맡은 것이 알려지며 사임한 장성근 변호사 인선을 겨냥해 "무리하고 성급하게 공수처 출범을 독촉하다가 체했다"면서 "공수처는 국가의 최고 수사기관인데 졸속하고 무모하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