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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내몰린 美·유럽 항공사들 "여행제한 풀어달라" 호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2 17:51

수정 2020.07.22 18:54

코로나19로 경영난 심각
유나이티드·루프트한자 등 CEO
美 부통령·EU 집행위에 서한
"양 대륙간 여행 활성화해야"
코로나19로 붕괴 위기에 몰린 주요 항공사들이 바이러스 피해가 극심한 미국과 유럽 정부를 상대로 입국 금지 조치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 도움없이는 버틸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인데 바다 건너편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항공의 최고경영자(CEO)들은 21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일바 요한슨 내무 집행위원에게 연명으로 서한을 보내 여행 제한 해제를 요구했다.

"미-EU간 항공 입국 재개해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4명의 CEO들은 서한에서 "대서양 양안의 항공 여객은 세계 경제와 항공업계 회복에서 의심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간의 항공 서비스 재개가 매우 극적으로 절실하다고 본다"라고 적었다. CEO들은 "여행 재개는 각국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고 미국과 유럽의 여객 산업 복원을 위한 훌륭한 기회다"고 강조했다.
EU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EU 시민이 아닌 외국인의 EU 입국을 금지했으며 이달부터 코로나19 위험도가 낮은 일부 국가들에 한해 국경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도 지난 3월 이후 EU 시민의 입국을 금지한 이후 빗장을 열지 않고 있다.

항공사 경영진들은 이번 서한에서 여행 재개를 위해 미국과 EU가 공동으로 코로나19 검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대서양 항공 여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안전을 강화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안간 여행이 격리 혹은 입국 제한으로 정체되지 않으려면 미국과 EU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한은 대형 항공사들의 극심한 실적난을 감안했을 때 불가피한 호소였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1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2·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87% 감소했으며 16억3000만달러(약 1조94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조종자와 승무원 각각 24%, 33%를 해고하거나 휴직시키기로 했고 에미레이트항공도 이달 9000명 감원 계획을 알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보도에서 고객사들의 경영난으로 항공기 주문 취소에 시달리는 미국 보잉이 항공 당국의 심사 연기로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기체 결함으로 지난해부터 운항이 중단된 보잉의 737맥스가 미 연방항공청의 비행 승인 연기로 내년까지 정상 운행이 어렵다고 귀띔했다.

저비용항공사도 벼랑 끝 위기


규모가 비교적 작아 고정비용 손실이 적었던 LCC들도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보도에서 동남아 LCC들은 국적 항공사들처럼 넉넉한 재정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와 베트남 비엣제트항공은 현금흐름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도네시아 LCC 라이온에어도 구조 조정중이다. 라이온에어는 전체 직원의 약 10%인 2600명을 순차적으로 감원중이다. 이에 앞서 라이온에어는 이미 경영진을 비롯해 조종사와 승무원의 급여를 깎은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도 코로나19로 현금흐름과 재무 상태가 악화, 에어아시아의 미래가 '중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비엣젯항공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다른 LCC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LCC들이 코로나19 이전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것도 이들의 앞길이 밝지 않다는 또 다른 이유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한 항공사 고위 관계자는 "우려하는 것은 LCC들이 너무 많은 항공기를 주문한 것이다"고 말했다. 주문한 항공기 대금을 내지 못해 항공기 구입이나 리스를 취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LCC들이 상대적으로 동남아 국적 항공사들보다 몸집이 가벼운 만큼 코로나19를 금새 이겨낼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제선보다 국내선 운항에 집중하고 있는 LCC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더 유리한 구조라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의 대형국적 항공사보다 몸집이 작은 LCC들은 인건비 등에서 유리하고 유연한 항공편 운항으로 회복이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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