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러시아 야권 지도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채 독일로 이송됐다. 이송을 막았던 러시아 의료진은 그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22일 오전 9시(현지시간) 무렵 나발니를 태운 독일 항공기가 러시아 옴스크 공항을 이륙했다. 항공기는 이륙 5시간 뒤에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나발니의 대변인은 키라 야르미슈는 트위터를 통해 나발니가 독일로 출국했다고 알렸다.
나발니는 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의식을 잃었다. 출발 전 마신 차에 독성 물질이 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항공기가 옴스크에 긴급 착륙한 이후 그는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국제사회는 그가 러시아 당국의 독극물 테러를 당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독일의 인권단체 시네마평화재단은 그가 독일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며 응급 비행기를 띄웠다. 러시아는 그가 비행기에 탈 상태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나발니는 지난 2018년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 정부가 그의 과거 횡령 유죄 판결을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출마가 좌절됐다. 나발니는 이후에도 SNS 등 왕성한 온라인 활동으로 푸틴 정부를 비판해 왔다.
옴스크 구급병원 의료진은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가 푸틴 대통령 앞으로 남편의 독일 이송 허가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보낸 이후 퇴원 허가를 내줬다. 시네마평화재단은 나발니가 베를린의 샤리테병원에서 치료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AP에 의하면 러시아 의사들은 독살 시도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은 대사장애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며 혈당 저하가 의식을 잃게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3년부터 나발니의 주치의였던 의사는 그가 항상 건강했으며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또 평소 질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러시아 당국이 의료진을 압박해 독살 시도의 증거가 사라질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발니의 소식을 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발니 측에게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 당국이 이송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나발니 이송을 러시아 정부에 촉구해달라는 지지자들의 요청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대통령궁은 정부차원에서 이송을 막으려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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