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이 입주할 것을 알고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촬영을 노린 건물 관리인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했다.
피해자 B씨는 집을 구하고자 2018년 6월 11일 A씨가 관리하는 건물 201호를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함께 방문했다. 이후 B씨는 공인중개사에게 계약 의사를 전달하고 계약 기간을 논의했다.
그 사이 A씨는 그해 6월 15일 201호에 동작감지기 모양의 카메라 2대를 설치했다. B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3일 뒤 계약을 체결하고 이 곳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몰래카메라 존재가 들통나면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카메라를 사전에 설치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당시 공실이었던 201호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람을 잡기 위한 방범 목적이었으며 카메라 설치 사실을 잊었다고 주장했다. 또 입주자의 성별, 연령 등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전에 직접 접촉한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는 누가 이 곳에 살 수 있는지 알았다”면서 “임대 관리인이었던 가해자 입장에서는 누가 사는지, 부동산의 사용 방법 등이 달라지는지 등이 중요하기에 그걸 몰랐다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입주 전 가구 배치를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 집 안에 화재 경보 센서가 많다며 피고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며 “피고인은 법이 강화돼 안전을 위해 설치했다고 설명했는데, 화재 경보기와 카메라 설치 위치가 동일한 만큼 카메라를 잊어버리고 제거하지 못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201호 뿐만 아니라 302호도 공실이었는데, 피고인은 유독 201호에만 카메라를 설치했다”며 “방범 목적이었다면 카메라를 건물 현관, 계단, 문을 중심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안방, 거실 겸 부엌 위에 설치했고 설치 방향도 침입자를 찾기 위한 용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A씨가 실제 불법촬영을 했는지 여부는 증명되지 않아 검찰 수사 단계에서 촬영 미수죄로 공소장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도 인정하듯이 (카메라에) 전원을 공급한 이상 촬영 시도에 착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임대 건물 관리인으로서 젊은 여성인 피고인 의사에 반해 신체 촬영을 하려 했다”며 “특히 가장 안전하고 평온해야 할 주거 공간에 카메라를 설치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 인격권까지 심각하게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미수죄로 변경하긴 했지만 앞서 본 사정들, 게다가 몰래카메라범죄의 심각한 사회적 해악 등을 감안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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