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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통신비 2만원씩 지원, 재정이 쌈짓돈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0 18:08

수정 2020.09.10 18:08

4차 추경 선별지원 퇴색
당정 안이한 태도에 실망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7조8000억원 규모로 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차 추경은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긴급돌봄과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례적인 4차 추경은 불가피했다.

다만 정부가 재정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적은 액수이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며 이는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통신비 지원용으로 1인당 2만원씩 9000억원을 배정했다.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피해 맞춤형이라던 4차 추경과 어긋난다. 결국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이 뒤엉킨 꼴이 됐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이낙연 포퓰리즘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신비 지원은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전액 무료가 (통신비 지원보다) 훨씬 더 필요하고 긴급하다"고 주장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통신비 지원은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까 승수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통신비 지원이 정부의 위로·정성이라는 표현도 어폐가 있다. 마치 정부가 제 돈을 나눠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미안하지만 정부는 그런 돈이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주는 돈은 전부 세금 아니면 빚(국채)이다. 4차 추경은 거의 다 국채로 조달한다. 결국엔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올 들어 1~4차 추경은 총 67조원에 이른다. 이 통에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굴러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4%에 육박하고, 2022년 51%를 넘어설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8일 "(재정건전성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놓고 전 국민 통신비 지원책을 내놓았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와 민주당이 재정을 다루는 태도에선 안이함마저 느껴진다. 국민이 1~4차 추경을 용인한 데는 코로나 사태라는 특수 사정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한 푼이라도 아끼고 또 아껴서 돈을 써야 한다. 지금은 거꾸로 쌈짓돈 쓰듯 한다.
이래선 재정이 견딜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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