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따리’. 우리나라 e스포츠 팬들의 씁쓸한 유행어다. 우승은 1부리그 중국에게 내주고, 2부리그에 불과했던 유럽에게 조차 밀릴 때가 많으니 이제 우리는 3부리그 수준에 불과하다는 자조적인 말이다. 한때 e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부하던 우리였다. 유명 e스포츠 구단을 소유한 왕쓰총 대표가 내가 일하던 의원실에 와서 우리나라의 e스포츠 발전 노하우를 관계자들에게 듣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득한 옛날 이야기 같다. 그렇다고 좋은 시절 추억만 떠올리며 그때를 그리워 해선 안된다. e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난 중국의 케이스를 보고 우리가 변화할 때다.
중국의 e스포츠 진흥 정책은 크게 정부·대도시·기업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중국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을 보자. 중국이 본격적으로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무렵이었다. 국가체육총국이 e스포츠를 스포츠 경기 범위에 공식 포함시킨 것이다. 2009년, 국가체육총국에 e스포츠 사업부가 설립됐고 2015년엔 ‘e스포츠 대회 관리 수행 규정’을 발표하며 e스포츠 산업 발전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규범을 제시했다. 2016년 9월, 교육부는 전문대 전공 목록에 e스포츠 학과를 추가했고 2017년 4월에 들어선 ‘십삼오 콘텐츠산업 발전계획’을 문화부가 발표하며 e스포츠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엔 ‘e스포츠운영사’와 ‘e스포츠게이머’를 새로운 직업으로 발표했다.
중국 도시들도 저마다의 진흥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해는 시 차원에서 2018년 ‘글로벌 e스포츠 도시 조성에 관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민행구·정안구·양푸구 등 구단위의 e스포츠 발전 계획안도 각각 내놓았다. 해남시는 지난해 ‘해6조’라는 이름으로 기금 조성, 인재 유치, 세율 축소, 비자 면제, 심사 간소화, 운영 지원 등 여섯 분야의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중경시는 이미 3년 전인 2017년 3월, ‘e스포츠 마을’건설을 위해 40~50억 위안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경기장, 학원, 인큐베이팅 센터 등 이스포츠 산업을 망라한 체인이 구성된다고 한다. 서안시는 지난 2018년, 30억 위안 이상의 e스포츠 발전 기금을 조성하여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외에도 북경, 길림, 흑룡강, 하북, 사천, 청도, 광주, 불산 등 여러 지역에서 e스포츠 육성안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도 e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텐센트 e스포츠’는 지난해 6월 해남시 정부와 공동으로 ‘국제 e스포츠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고 ‘삼아’는 한달 뒤 e스포츠 테마파크 건설에 48억 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8월에는 ‘왕역’이라는 회사가 50억 위안을 투자해 상해시에 e스포츠 생태단지를 건설할 계획도 공개했다. 이같은 대표적인 사례 외에도 중국 기업들의 e스포츠 투자는 광풍같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71개 회사가 적게는 수백만 위안에서 많게는 수십억 위안 규모로 e스포츠에 투자했다.
정책, 인프라, 자본 어느 하나 빠짐없이 e스포츠를 밀어주고 있다. 하다못해 e스포츠 경기장 건설과 운영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까지 꼼꼼하게 수립해 두었다. 과거 방송이나 운영의 노하우가 부족하고 선수층이 얇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우리나라에서 기술자와 선수들을 거액에 데려가며 보완했다. 이렇게 e스포츠를 전방위에서 지원하는데, 발전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중국을 보고 배워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중국 수준의 투자를 바라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본에서 앞서기 어려우면 정책에서라도 앞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우리나라 e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을까? 이는 다음 글에서 설명해보려 한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정리=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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