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사옥 앞 시위에서 더 이상 장송곡을 틀면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이지현 부장판사)는 현대·기아차가 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박모씨가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사옥 앞에서 대형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 과도한 소음을 발생한 부분에 대해 현대·기아차 청구를 인용하고 금지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장송곡에 지속 노출될 경우 급성 스트레스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피고가 주장하는 내용과 장송곡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기아차 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또 시위 현장에 설치한 일부 과도한 현수막과 피켓 문구(저질기업, 악질기업 등) 역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이같은 문구나 표현들이 회사 명예 및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인정해 피고에게 현대차와 기아차에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인 박씨는 2013년부터 7년째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아차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박씨의 신원노출 문제에 대해 기아차의 민사상 책임이 없음을 확인하며 분쟁이 종결(화해 권고)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시위를 이어갔다는 게 현대·기아차 측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판결로 대기업을 상대로 한 괴롭힐 목적의 장기 시위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봤다.
매일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장송곡이 집회와 상관없는 주민들에게까지 스트레스를 유발하자 법원 역시 불법 시위에 엄정한 판결을 내리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고 집회를 연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 판결 받은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사 직원과 인근 주민들이 매일 장송곡과 현수막 때문에 장기간 피해를 입어 왔다"며 "올바른 집회 문화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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