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4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씨와 최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른바 '버닝썬 사태'로 인해 실체가 드러나며 국민의 공분을 샀던 '정준영 단톡방' 사건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여론은 여전히 뜨겁다. 죄질에 비해 형이 가볍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성범죄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을 여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심지어는 대한민국의 법이 부끄럽다는 비난도 터져나왔다.
성범죄에 대한 국내 법원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영미법 체계를 따르는 미국법원의 처벌과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최근 우리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공유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송환요청에 불허 결정을 내리자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사법부도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디지털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새로운 양형기준안을 내놨다. 성착취물 등을 상습적으로 촬영한 이들에게 최대 29년3월의 실형을 선고한다는 게 골자였다.
새로운 양형기준안을 반기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쉬움도 여전했다. 새롭게 나온 양형기준안이 디지털성범죄에 국한된 데다 이마저도 'n번방 사태' 등으로 분노가 극에 달한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근거 없는 불만은 아니다. 현행 양형기준에 따르면 13세 이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 등 성범죄의 경우 기본적으로 5~8년의 징역형을 권고하고 있다. 상습범의 경우 이런 기준의 1.5배 형량을 권고한다. 새롭게 마련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어떤 이가 법원의 판단을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성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어떤 이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성범죄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 가족, 내 주변인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국민은 분노한다. 사법부의 강단 있는 결단을 국민이 고대하는 이유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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