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엔 인권위원회의 이사국을 뽑는 투표에서 중국과 러시아, 쿠바, 파키스탄 등 인권 침해 지적을 받아온 국가들이 대거 선출됐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번 투표에 반발하며 제도 개선을 통해 부적격 후보를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유엔 193개 회원국 대표들은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유엔 총회 개막을 맞아 인권위원회 이사국 투표를 진행했다. 인권위원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기구였으나 2006년에 독립했다. 각 이사국은 지역별 인권을 증진하고 다른 유엔 회원국에게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에 대한 대처를 권고한다. 이사국 임기는 3년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47개 이사국 가운데 비어 있는 15개국을 다시 채웠다.
이사국 숫자는 대륙별로 배분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와한 다른 지역에서는 경쟁이 없었다. 덕분에 올해 정부가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군용 독극물·로 암살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러시아와 반세기 가까이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쿠바가 이사국 자리를 따냈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공석 4개를 놓고 5개국이 다투는 바람에 경쟁이 치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이 169표, 우즈베키스탄이 164표를 받았고 네팔과 중국이 각각 150표, 139표를 얻어 4개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파키스탄에서는 여성 인권 침해와 사형 집행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위구르족과 홍콩 문제 등 지난해부터 세계를 뒤흔들었던 주요 인권 탄압 사건의 주인공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목화 농장의 어린이 강제노동을 방치하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문을 벌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 2018년 왕가가 반체제 언론인을 암살했던 사우디 아라비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90표로 5위에 그쳐 위원회 진출에 실패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인권단체 유엔워치의 힐렐 노이어 대표는 "오늘은 인권에 관한 한 암흑의 날"이라며 "이들 독재국가를 유엔의 인권 심판자로 선출한 것은 마치 방화범 무리를 소방대에 배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유엔워치는 미국 휴먼라이츠 재단, 라울 발렌버그 인권센터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 파키스탄, 쿠바,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이 이사국으로 부적격하다는 의견서를 유엔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유엔 대표 루이 샤르보노는 "사우디가 유엔인권위 의석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 유엔의 대표직 선출이 더욱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좋은 신호다"라고 평했다. 그는 다른 후보 국가가 더 있었더라면 중국, 쿠바, 러시아도 선출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런 부적격 국가들이 몇 개 들어갔다고 해도 유엔 인권위가 앞으로도 폭력을 막고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업무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히려 그런 나라들이 위원회에 속해 있어 향후 그들의 잘못된 행위들이 더욱 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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