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에 SNS 열풍 타고 '온라인 추모' 새 문화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5 06:00

수정 2020.11.05 09:11

코로나19 방역조치 등으로 현장 조문 제한
고 박지선씨, 고 이건희회장 비보에 온라인추모 물결
초기 논란 빚은 온라인 추모 '뉴노멀' 정착되는 양상
출처=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출처=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모임 장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으로 유명인의 잇단 비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온라인 추모'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일 개그우먼 박지선씨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진 후 온라인에서는 각계 각층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동료 개그우먼 김지민씨를 비롯해 펭수, 배우 박하선, 슈퍼주니어 이특, 샤이니 키 등이 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온라인 추모에 동참했다. 그는 지난 3일 SNS를 통해 "박지선님은 남을 낮추지 않고도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탁월한 희극인이었다"라며 "고통 없는 곳에서 부디 편안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추도했다.


SNS의 발달로 시작된 온라인 추모는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영향으로 새로운 추모형식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빈소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레 온라인 공간에서 추모가 이뤄지는 것.

앞서 지난 25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소식에 삼성 임직원들은 사내 온라인 추모관을 통해 추도 뜻을 전했다. 현장 조문 인원을 최소화한 탓에 삼성 직원들은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존경한다", "고인이 돼서도 삼성을 지켜주시라"며 애도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4.3사건 온라인 추모관'을 통한 추모 동참을 당부했다. 출처=4.3사건 온라인 추모관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4.3사건 온라인 추모관'을 통한 추모 동참을 당부했다. 출처=4.3사건 온라인 추모관 홈페이지 캡처.
올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온라인 추모를 시행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3일, 제주도 4.3사건 추념식에서는 현장 참배인원을 줄이고 '4.3 희생자 온라인 추모관'을 통한 추모 동참 유도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코로나19라는 비상한 상황으로 인해 올해 추념식을 규모를 축소해 봉행합니다"라며 "한 자리에 모여 4.3 영령들을 기리지 못하지만, 온라인 추모관을 방문하시어 4.3을 기억하고 4.3정신을 공유하시길 바랍니다"고 당부한 바 있다. 11월 4일 기준, 4.3 희생자 온라인 추모관에는 5만4494명이 헌화에 참여했다. 초등학생들 또한 추모 게시판에 글을 남겨 4.3사건 추모에 함께 했다.

여수시 또한 여순사건 72주년 추모를 위해 '여순사건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여수시는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 지난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온라인으로 추모의 글을 받았다.

외국에서는 지난 6월 중국 정부의 불허조치로 인해 홍콩의 31주년 톈안문 추모 집회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이뤄졌다.

지금은 하나의 추모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온라인 추모는 3~4년 전만 해도 '성의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고인을 향한 추모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데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배우 유아인씨는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고 김주혁씨를 향해 "애도는 우리의 몫; 부디 RIP(Rest In Peace의 줄임말)"라고 SNS를 통해 추모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유아인씨의 추모 메시지를 문제 삼으며 "관종(관심종자)", "RIP이 조의냐?"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다른 네티즌들은 추모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트위터의 휴면계정 삭제 정책에 항의하며 계정 보존을 요구하는 종현의 팬들/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의 휴면계정 삭제 정책에 항의하며 계정 보존을 요구하는 종현의 팬들/ 트위터 갈무리
코로나19로 더욱 본격화된 '디지털 퍼스트' 시대, 온라인 추모문화가 뉴노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코드 미디어디렉터는 지난 4월 21일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고를 접하는 일에 익숙해졌다"라며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찾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글과 사진을 보며 추모하는 일은, 어쩌면 멀리 떨어진 묘소를 일 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것보다 떠난 이들을 우리 곁에 더 가까이 둘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전세계 사용자수가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경우 '기념계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사후 자신의 계정을 기념계정으로 전환할지, 삭제할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또한 사망한 유명인의 SNS를 추모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정을 유지하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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