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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팩트체크] '백신포비아'로 공중보건 위기 직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0 13:13

수정 2020.11.10 13:13

[파이낸셜뉴스]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백신포비아'로 인해 정부가 공중보건 위기에 직면했다고 발언했다.

지난 2일 김미애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에서 2주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망자' 25명보다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가 3배 더 많은 83명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해 불안감이 확산됐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사망신고가 2건 이상 접수된 19개 백신에 대해 수거 및 접종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방의학 전문가와 질병관리청 자료를 종합해 검증해본 결과,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 코로나19 보다 독감 백신이 위험하다?

정부가 만 62~69세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시작한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10.2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사진=뉴스1
정부가 만 62~69세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시작한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10.2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사진=뉴스1

먼저 3배 차이가 난다는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코로나19 사망자'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질병관리청은 김 의원의 발언 이틀 전 보도자료를 통해 신고된 사망 사례가 예방접종과 연관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역학조사와 진찰기록, 부검을 토대로 백신 이상반응과 기저질환 보유 여부를 확인했다. 현재 신고 접수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97건이다. 역학조사를 통해 사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부검까지 거쳐 96건이 백신과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50건의 부검에서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의 별도 사인을 발견했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통계와 자료를 지속적으로 공지하고 있다. 7일 자료에 따르면,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 1900만여 명 중 63%가 접종을 마쳤다. 접종을 맞은 1238만여 명에서 신고된 사망 사례는 97건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 이후 일주일 안에 사망한 65세 이상 인구’는 1531명이며 10만명 당 22명이다. 올해 유달리 사망자가 많다고 보기 어렵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에서 백신 부작용을 의심할만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고 심장질환이나 폐렴 등 기저질환의 문제가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극히 드물고 현재 사례들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발견할 수 없다. 백신의 부작용으로는 접종 직후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와 반나절에서 몇 주 간의 근육 무력증을 동반하는 길랑바레증후군 등이 있다.

■ 문제 된 백신, 수거 후 재검증 해야 한다?

김 의원은 사망신고가 2건 이상 접수된 특정 백신을 수거 및 중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같은 백신 접종자 중 추가사망자가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질의에 '접종을 중단하고 재검증을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가 지난 10월 22일 질병관리청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SNS 게시물 / 자료=정재훈 교수 SNS
정재훈 교수가 지난 10월 22일 질병관리청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SNS 게시물 / 자료=정재훈 교수 SNS

하지만 정 교수는 그보다 앞선 10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이를 백신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백신의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특정 회사 제품이나 동일 로트 번호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운송과정의 문제였다면 동일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독감 유행 시기를 고려할때 현재는 접종이 마무리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전량을 수거해 검증할 필요성이 적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발언이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한의학회지에 발표된 충북대 배장환 교수 기고문에 따르면, 폐렴이나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증상이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


또 정 교수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져 접종이 줄어들게 된다면 향후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더라도 감염재생산지수를 줄이지 못해 기대보다 효과가 적을 것이라 밝혔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 지를 뜻하며 백신을 통해 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국가가 나서 백신의 효과를 강조하고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구체적인 통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oo@fnnews.com 최중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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