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 유력 성형외과 '유령수술' 사건
11일 서울중앙지법 당시 원장 배상책임 인정
"책임 안 묻겠다" 합의에도 '불법행위는 별개'
[파이낸셜뉴스] 2014년 이른바 유령수술 사태를 일으킨 강남 유명 성형외과 원장 등이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가 재수술을 받는 조건으로 법적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더라도 유령수술 책임까지 따지지 않는다는 합의는 아니란 판단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당시 원장 배상책임 인정
"책임 안 묻겠다" 합의에도 '불법행위는 별개'
유령수술로 형사1심에서 법정구속된 유모 원장은 현재 구속상태에서 형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원장 측은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法, "유령수술 피해자에 9000만원 배상하라"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차영민 판사가 지난 11일 의료사고 피해자 김모씨가 G성형외과 유모 전 원장과 유씨의 아내 최모씨, 성형외과 전문의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9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 70%도 함께 부담토록 했다.
김씨는 2013년 9월 5일 사각턱 축소를 위해 서울 3대 성형외과로 꼽힌 G성형외과를 찾아 배모씨와 상담을 했다. 김씨는 상담 끝에 배씨로부터 사각턱축소술과 보형물삽입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한 달 뒤인 10월 18일 이 병원에 내원해 수술을 받고 다음날 퇴원했다. 김씨는 수술비로 55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수술 뒤 김씨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수술 이후 얼굴이 울룩불룩해졌고 수술 붓기가 빠지며 아래턱뼈 선도 모양이 이상해졌다. 이에 김씨가 이듬해 4월 다시 병원을 찾아 배씨와 상담을 요청했으나 해외연수 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다. 김씨는 같은 달 이 병원에서 보형물제거술을 받았다.
김씨는 하악각 좌우 비대칭과 양측 하악부위 함몰, 우측 턱과 입술 감각 저하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가 유령수술로 피해를 본 사실은 2014년 불거진 유령수술 파문 이후에야 알려졌다. 수사결과 김씨는 배씨가 아닌 치과의사 김모씨에게 실제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실에 누운 김씨에게 배씨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고 마취에서 깬 뒤에도 “수술이 잘 되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수술은 치과의사 김씨가 진행한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치과의사 김씨와 병원 공동운영자 유모 원장과 아내 최모씨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이의제기 안 하겠다" 합의에도 배상책임 인정
피고 측은 보형물 제거수술이 이뤄진 2014년 4월경 김씨가 병원과 합의를 봤으므로 소제기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합의문엔 ‘수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원고의 주관적 불만족으로 피고 의원에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보형물 제거술을 해주고, 원고는 향후 재수술 요구나 수술비 환불 등을 포함하여 민·형사상 이의제기나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청구원인은 피고들이 행한 고의의 불법행위인 대리수술 등에 관한 것”이라며 “위와 같은 불법행위는 합의 이후인 2014년 8월경 배OO에 의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합의의 효력이 이 사건 청구원인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며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OO, 최OO의 행위는 사기에 해당할 뿐 아니라 원고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에 해당”한다며 “김OO 역시 위와 같은 사실을 알고도 직접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다는 점에서 공동불법행위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G성형외과에서 이뤄진 33건의 유령수술과 관련해 이 병원 유모 원장은 지난 8월 형사1심에서 징역1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유 원장 측이 불복해 항소함에 따라 현재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 원장 측은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8월 29일. ‘[단독] '유령수술' 첫 형사사건, 판결 불복 '2심으로'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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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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