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빅1' 탄생… 기대와 우려
노선·스케줄 선택 폭 넓어져
인천공항 경쟁력 강화 보탬
미주·유럽 등 대부부 노선 겹쳐
뚜렷한 수익모델 확보도 관건
노선·스케줄 선택 폭 넓어져
인천공항 경쟁력 강화 보탬
미주·유럽 등 대부부 노선 겹쳐
뚜렷한 수익모델 확보도 관건
■32년 만에 '빅1'체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국내 항공업계는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 이후 유지되던 '빅2' 체제가 끝나고 '빅1' 시대를 맞게 된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이 정상유지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양대 대형항공사(FSC)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여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매우 어렵고, 제3자 매각도 불투명해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인수하는 것은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발전의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치게 되면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19년 여객·화물 운송실적 기준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은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을 기록하게 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은 노선망,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소비자의 경우 노선과 스케줄 선택 폭이 넓어지고 연결편 개선, 마일리지 통합 사용 등으로 편익이 향상될 것"이라면서 "인천공항의 여객과 화물 연결 네트워크가 강화돼 허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등 아시아 대표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폭 감축 없다"에도 우려감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중복되는 인력·노선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와 향후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기체를 가져와서 252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고 하는 거라 항공운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문에서 대폭적 감축은 없을 것"이라면서 "연계된 조종사, 정비사, 객실승무원, 운항관리사 등은 기본적으로 고용유지가 되고 일부 잉여인력이 발생하더라도 노선 감축 일부조정과 신규 목적지 개척 등 재배치를 통해 흡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간접부문의 경우 대한항공이 1100명, 아시아나항공이 800명 정도로 중복인원이 800여명 발생하지만 현재 대한항공은 인위적 구조조정을 안할 계획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현재 고용유지지원금을 항공사에 지원하고 있는데 전제조건이 최소 90% 이상 직원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특별히 중복인력을 조정할 필요도 없고, 지원금을 계속 받으면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앞으로 고용불안정 문제는 없을 걸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부 노선 제외하고 대부분 겹쳐
중복노선 정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양사가 운영 중인 미주와 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정리 및 통폐합 방안을 논의·검토 중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주 14개, 유럽 15개 등 29개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5개, 유럽 6개 등 11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겹친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미주지역 등 일부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동일 요일 동일 시간에 운항되고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합되면 대한항공이 뜨는 시간에 아시아나항공을 빼서 다른 시간대로 연결시키면 데일리 운항이 가능하고, 소비자 편익이 오히려 증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뚜렷한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글로벌 항공산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국내는 대한항공만 화물운송을 중심으로 2분기 연속 흑자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 항공업 실적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지난 6월 말 기준 2291%에 달한다. 자본잠식률은 56%를 넘는다. 대한항공도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1099%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단기부채 및 아시아나항공의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10조원가량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대한항공의 경영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국내 항공업계에서 독주체제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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