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귀할 美, CPTPP 확대 추진
韓 참여 요구 확실… 사전협상 중요
관세 철폐 수준 높아 산업 영향 커
쌀 등 농축산물 개방 압력 거셀 듯
韓 참여 요구 확실… 사전협상 중요
관세 철폐 수준 높아 산업 영향 커
쌀 등 농축산물 개방 압력 거셀 듯
■RCEP 이어 CPTPP도 '미·중 균형'
CPTPP는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하는 경제동맹체다. 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이상 7개국은 RCEP에도 가입),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다. 인구 5억명 이상,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규모 15.3%를 차지한다.
애초 CPTPP에서 'CP(포괄적·점진적)'는 없었다. TPP를 확대한 것은 미국 오바마 정부다. 당시 속셈은 경제·군사적으로 급팽창하는 중국을 포위·견제한다는 것이었다. 2015년 TPP가 타결됐으나, 도널드 트럼프는 집권 첫날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해 우회적인 견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경제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제외한 채 일본은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과 2018년 10월 CPTPP를 발효시켰다.
우리 정부는 그간 TPP와 CPTPP 가입에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세계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 당시 우리가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협상 중이고, 중국과도 FTA 협상(서비스·투자 분야 제외) 중이었다. 특히 일본과는 FTA가 없던 상황인 점도 고려됐다. 일본과 우리는 자동차·기계 등 경쟁 민감품목이 많아 관세철폐 시 산업에 타격 우려가 컸다. 중국도 RCEP를 우선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통상보복을 해온 중국과의 관계도 외면할 수 없는 처지였다.
내년 1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바이든 정부는 내년 중 CPTPP 가입이 유력하다. 다자무역 질서를 복원하고,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겠다는 계산에서다. 중국에 앞서 미국 동맹국인 영국도 CPTPP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의 CPTPP 확대 또는 제2의 TPP 추진이 예상된다. 미국은 우방국인 한국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PTPP, RCEP보다 개방수준 높아
발효 3년차를 맞은 CPTPP는 최근 타결된 RCEP보다 관세철폐 수준이 높다. 노동·환경, 지식재산권 및 정부보조금 관련 규제, 농축수산물 검역절차 규정 등도 훨씬 세다.
CPTPP는 단기간, 완전한 관세철폐(95~100%)를 지향한다. 현재 체결된 다자무역협정 중에선 가장 고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0~90%의 양허(관세인하), 10~20년의 장기간 철폐로 합의한 RCEP와는 다르다. 또 RCEP에서 일본과는 자동차·기계 등 주요 민감품목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하더라도 10~20년 장기적으로 관세를 내리거나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CPTPP 가입을 위해 우리 정부는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CPTPP에 참여하려면 기존 회원국(12개)에 교섭 참가를 승인받아야 한다. 일종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CPTPP에서 자국 자동차·부품, 제조업 수출에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일본이 고압적인 태도로 나올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합류하면 새로운 규범을 강화하는 등 기존 판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기존 체제에 들어가는 일종의 '가입료'를 최소화하는 등의 사전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PTPP의 기존 룰을 고려하면 우리 민감품목 및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다. 일본은 이미 발효한 1기 CPTPP에 준하는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기계 분야는 일본과 더 높은 관세철폐를 해야 한다. 민감품목인 쌀 등 농축산물 개방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쌀시장 개방은 여전히 미국의 관심사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RCEP와 TPP는 상호보완적이다. 서로 양립하는 FTA에 대해 국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국익에 맞게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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