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환자보호 3법' 좌절에 "직무유기" 비판 쏟아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0 15:02

수정 2020.12.10 16:20

1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 예정
여야 책임전가에 피해자 '답답하다'
"야당 협조해야" vs. "언제까지 야당탓"
[파이낸셜뉴스] 환자보호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책임을 전가한다. 야당은 여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의료사고 피해자 및 유족들은 국회의 소극적 자세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이 환자보호 3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주 의원실 제공.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이 환자보호 3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주 의원실 제공.

■'야당 탓' 여당, '여당 안에도 반대' 주장 야당
1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보호 3법이 1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금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9일로 막 내린 정기국회에서 불과 3시간의 짧은 논의만 이뤄진 3법은 추가 논의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 8명은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환자보호 3법의 신속한 처리에 야당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법안 처리를 야당이 반대했다는 주장이다.

이 자리엔 3차 토론회 당시 해외순방 일정으로 청가를 낸 남인순 의원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 신현영 의원을 제외한 제1소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남 의원은 환자보호 3법을 적극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문제는 여당 의원 6명조차 3법 통과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점에 있다. 의료계 및 각 직능단체 관계자 사이에선 “여당 일부 의원이 야당 반대에 편승해 적극적인 자세를 안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도 의협이랑 친하고 지역구 의사들이랑 친한 의원들이 여럿 있다”며 “제1소위에 야당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당이 절반이 넘는데 논의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은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아니다”며 “의원실마다 입장차가 있지만 논의를 하면서 좁혀갈 예정이고 어떻게든 신속한 처리를 해보자고 다수 의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겨울 의료사고 유가족 이나금씨가 국회 앞에서 수술실CCTV 법제화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는 모습. 이씨의 활동으로 권대희법이란 별칭을 얻은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fnDB
지난해 겨울 의료사고 유가족 이나금씨가 국회 앞에서 수술실CCTV 법제화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는 모습. 이씨의 활동으로 권대희법이란 별칭을 얻은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fnDB

■"언제까지 논의해야 충분한 논의인가"
환자보호 3법 좌절에 의료사고 피해 유족들은 답답한 심경을 쏟아냈다. 피부과 시술 후 부작용으로 병원과 재판 중에 있는 고모씨(30대)는 “사고가 난 뒤에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호소해서 얘기가 많은 곳이더라”며 “이런 정보를 환자들이 미리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고도 쉬쉬하면 환자는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 한 대형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마취된 뒤 동의 없이 실습생들이 몰려들어와 자신의 몸을 구경했다고 주장하는 한모씨(30대·여)는 “수술실CC(폐쇄회로)TV를 확인하고 싶어 병원에 이야기를 했는데 찍어둔 게 없다고 하더라”며 “알아보니 법적으로 요구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힘으론 알아볼 수가 없어 포기한 상태”라고 답답해했다.

유치원 교사이던 딸 고 이연화씨를 의료사고로 잃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병원과 소송 중인 이진기씨 역시 “지금 환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는 건데 환자보호 3법이 아니라 국민보호 3법이라고 해도 될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라면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인 권대희씨를 공장식 유령수술로 잃고 수년 째 수술실CCTV 입법을 외쳐온 이나금씨는 아예 의료범죄 근절을 외치는 시민모임 닥터벤데타를 설립해 사회운동에 나섰다.

2014년 불거진 G성형외과 유령수술 사건 공론화를 이끈 김선웅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등이 단체 주축이 되어 환자3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나금 닥터벤데타 공동대표는 “이미 환자와 의사는 전문성이나 정보가 크게 기울어져 있어 법으로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며 “일부 의사들이 마취된 환자를 상대로 성범죄, 유령수술 같은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을 벌여서 수년 동안 추진된 법안인데 논의가 부족하다는 국회의원, 공무원들 말은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고 신해철 사건을 맡아 집도의 구속을 이끌어낸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역시 3법의 시급한 통과를 촉구했다.
박 변호사는 “강력범죄 전력이 의료인의 면허에 지장이 없는 나라는 찾기 어려울 정도이고 전문직이라는 점과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의료인들 스스로 법개정을 촉구하는 게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라며 “의료계와 갈등으로 3법이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들의 실제로 가장 많이 접하고 있는 의료인의 면허문제 등 환자 3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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