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은 존 로버트 대법원장이 아닌 패트릭 레이히(민주·버몬트) 상원 의원이 맡게 될 전망이다.
상원은 다음달 8일 하원에서 통과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이 타당한지 여부를 놓고 심판하게 된다.
상원의원 67명 이상이 동의하면 트럼프 탄핵이 결정된다.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레이히 의원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자신이 탄핵심판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올해 80세의 레이히 의원은 상원 의장대행으로 민주당 상원 의원 가운데 최연장자다. 상원 의장은 부통령이 맡는다.
그는 자신이 '편향되지 않는 정의'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레이히는 성명에서 "상원 의장 대행은 역사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상원 탄핵 심판을 주재해왔다"면서 "탄핵 심판을 주재할 때에 상원 의장 대행이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편향되지 않은 정의를 수행하겠다는 추가적인 특별 맹세를 한다"고 말했다.
레이히의 대변인은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 민주당 대표와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상원 공화당 대표에게 최종적으로 달려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반대론자들은 레이히 의장대행이 지난해 2월 트럼프 탄핵 심판에서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탄핵 심판 회의를 주재하게 되면 이해충돌의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인 조시 하울리(공화·미주리) 상원 의원은 대법원장이 주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과 함께 공화당 하원 의원 일부와 연대해 지난 6일 팬실베이니아, 애리조나주 대통령 선거인단의 투표수 집계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상하 양원 합동회의의 이같은 설전은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로 인해 중단됐다.
이후 하원은 1주일 뒤 트럼프가 폭동을 선동했다면서 탄핵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대법원장이 탄핵심판을 주재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의 의장대행이 이를 주재할 경우 법적인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원 법사위의 존 코닌(공화·텍사스) 상원 의원은 이럴 경우 상원에서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법적인 정당성을 결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닌 의원은 "헌법에서는 대법원장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주재하도록 돼 있지만 우리가 그걸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면 탄핵심판의 법적 정당성은 더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랜디 폴(공화·켄터키) 상원 의원은 대법원장이 회의를 주재하지 않으면 탄핵심판은 불법 청문회가 되고, 대통령이 아닌 이를 탄핵하는 것이 실제로 헌법에 기초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법원장이 회의를 주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도 나설 정도의 유력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뉴욕) 상원 의원은 지난주 로버츠 대법원장이 왜 회의 주재를 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탄핵심판 주재는 대법원장의 헌법적 임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로버츠 대법원장은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내비치고는 있지 않지만 측근들을 통해 트럼프가 이미 퇴임했기 때문에 그 탄핵심판을 자신이 주재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미 공영 NPR이 보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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