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게임스톱에서 시작된 '반(反) 공매도 운동'이 국내 증시로 옮겨붙고 있다. 그동안 공매도 재개를 반대해온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운동을 개시한 첫날 1호 타깃으로 정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가는 급등했다. 향후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공매도 전쟁 선포.. 첫 타킷은 셀트리온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긴급 버츄얼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한투연은 반 공매도 운동 1호로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지목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액은 2조1464억원(지난달 27일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한다. 2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3262억원)보다 6.57배 많다. 셀트리온 공매도 주체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메릴린치 인터내셔날, 모간 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등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이치엘비가 3138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투연은 이들 회사의 주주연합과 연대한 뒤 개인투자자들의 지원을 이끌어내 공매도 청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나아가 미국내 개인투자자인 로빈후드와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투연은 반 공매도 운동을 다른 종목까지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게임스톱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을 주도한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처럼 'K스트리트베츠' 사이트를 개설하기로 했다. 여론전도 본격화한다.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이날부터 3월5일까지 서울 여의도~광화문 일대에서 왕복 운행시키며 홍보한다.
■셀트리온·에이치앨비 주가 '급등'
이날 한투연의 공매도와의 전면전 소식에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가는 급등했다. 셀트리온은 전거래일 대비 4만7000원(14.51%) 오른 37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다만, 장을 주도한 것은 개인이 아닌 외국인과 기관이다. 개인은 4386만5300만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524만900원, 1171만7600원을 순매수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만3800원(9.60%) 오른 15만7500원에, 셀트리온제약은 1만2300원(7.03%) 오른 18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이치엘비도 전거래일 대비 6500원(7.22%) 오른 9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인은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는 반 공매도 운동을 우려한 숏버링(대차 잔고 상환을 위해 매수하는 매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사이에 반 공매도 운동이 벌어질 경우 공매도 세력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숏커버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판 게임스톱' 현상이 현실화될 지도 주목된다. 한투연의 반공매도 운동과 별개로 미국의 게임스탑 현상 이후 국내 공매도 금액 1위인 셀트리온에 관한 포스팅이 급증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1월21일부터 30일까지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분석 한 결과,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에 대해 게임스탑처럼 매수 운동을 펼치자는 포스팅의 핵심 키워드인 '셀트리온+동학' 포스팅 수는 1월26일 이전에는 17~52건에 그쳤다. 게임스톱이 이슈가 된 27일에는 480건으로 폭증했다. 28일에는 95건, 30일에는 185건을 기록했다.
■'反 공매도 운동' 성공할까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세력과 다툼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도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유동성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두 종목의 공매도 포지션을 완전히 청산하려면 셀트리온은 652만주를, 에이치엘비는 348만주를 환매수해야할 것으로 추정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풍부했지만 개인의 자금은 한계가 있고, 참여가 활발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결국 주가는 기업 본질적 가치로 회귀하는 성질이 있는 만큼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반 공매도 운동은 시장내에서 단순히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으로 위법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기업 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높일 경우 이후 거품 붕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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