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전문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근거로 들어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정책은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을 비판하며 해당 정책은 KDI(한국개발연구원)와 조세연(조세재정연구원) 같은 연구기관도 비효율적이라 지적했다고 밝혔다. KDI와 조세재정연구원이 각각 '소비진작효과'와 '정책 효율성'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KDI는 1971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사회과학 분야 종합정책연구소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재정 정책 연구하는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경기도는 도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난기본소득을 지난해 1차로 지급한 데 이어 이번 달부터 인당 10만 원씩 2차 지급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유 전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의 '경기 재난기본소득' 비판에 꾸준히 대응해왔다.
조세연은 정면 비판, KDI는 우회 지적
조세연은 지난해 9월 '조세재정 브리프-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해 지역화폐 정책을 비판했다. 이론적으로는 온누리상품권과 다른 점이 없고 특정 지역에 소비지출을 가두게 되면 근처 지역에서는 소비가 감소해 부정적으로 보았다. 또 지역화폐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점차 생겨나 결과적으로 소규모 지자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세연은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 보조금과 관리 비용 등으로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작년 한 해 동안 9조 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정부 보조금은 9천억 원 지출됐다. 현재 경기도는 지역화폐 이용 활성화를 위해 각 시군 지역화폐를 1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액면가의 10%는 정부가 보조하는 셈이다. 보조금의 일부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적 순손실이 46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더불어 행정안전부 발표자료를 근거로 할 때. 금융수수료 등의 지역화폐 관리비용이 1,80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행안부는 2020년 3월 지역화폐 발행의 관리비용이 '액면가의 2% 정도' 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순손실이 2,26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KDI는 지난해 12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해 재난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2020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카드 매출 변화를 통해 '업종별 및 전체 매출액 증대 효과'를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평가하진 않았지만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36%의 매출 증대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여행업과 대면서비스 등 피해가 큰 업종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어 피해계층을 뚜렷하게 선별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재난소득보다 방역 상황이 안정적일 때 소비진작효과가 높았다는 결과를 근거로 안정적인 방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역화폐 소비 효과 뚜렷해”, 경기연 및 지방행정연의 반박
하지만 지역화폐 정책의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경기도 산하의 정책연구기관인 경기연구원과 지자체 행정 연구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를 입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런 보고서를 들어 유 의원의 주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경기연구원은 조세연의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 날 반박 견해를 밝혔다. 지역화폐가 가져오는 추가소비효과를 다루지 않아 편향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9년 4월부터 사용이 늘었으며, 소상공인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추가소비효과가 57%가량 나타났다는 근거를 들었다. 또 소규모 도시의 피해나 비용을 언급한 조세연의 주장은 부정적인 측면만 과도하게 비춘 것이라 밝혔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227개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사용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보였다고 분석했다.
전국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역화폐를 도입한 뒤에 거주 지역에서 절반 이상을 소비한다'는 응답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맹점과 지역화폐 증가를 대입해 4.5조 원의 추가 매출이 생긴 것으로 추산했다.
조세연의 ‘온누리상품권과 차별점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애초에 목적이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온누리상품권보다 매출증대에 더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발행 주체인 지자체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지역화폐 가맹점을 확대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moo@fnnews.com 최중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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