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수폭행 KB손해보험 감독 '잔여시즌 포기'··· 체육계 폭행 일파만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0 13:33

수정 2021.03.12 16:37

이상열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 결단
박철우 구타사건 사죄의 뜻으로 풀이
은근슬쩍 복귀시킨 체육계 비판 봇물
일부 팬들은 배구 보이콧 움직임도
[파이낸셜뉴스]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대표팀 에이스 박철우 선수를 폭행한 이상열씨를 감독으로 선임한 KB손해보험 스타즈가 사령탑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됐다. 이재영, 이다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들의 학교폭력 인정 이후 불거진 일련의 사태에 이 감독이 잔여시즌 출장을 포기하면서다.

이 감독이 박철우에게 직접 사과하겠다는 의향을 전했지만 박철우가 이를 거부한 상황에서 이 감독이 자책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팀원을 폭행한 지도자를 프로팀 감독으로 선임한 KB손해보험의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 선수를 구타해 물의를 빚은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 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 선수를 구타해 물의를 빚은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 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박철우 폭행' KB손해보험 감독 출장 포기
20일 체육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 스타즈 이상열 감독이 잔여시즌 출장을 포기했다.
30경기를 치러 8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KB손해보험은 17승 13패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시즌 성패를 결정짓는 봄 배구 진출도 앞두고 있는 상태로, KB손해보험은 감독 없이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할 듯 보인다.

이상열 감독이 이번 시즌 출장을 포기한 건 지난 2009년 대표팀에서 있었던 박철우 선수 폭행사건 여파다. 이 감독은 이달 8일부터 불거진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파문 이후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며 배구계를 넘어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이 감독은 당시 대표팀 코치로, 대표팀 에이스이던 박철우 선수를 구타해 논란이 됐다. 명백한 범죄행위로 형사고소까지 이어졌지만 박철우가 고소를 취하해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논란은 이 감독이 이재영, 이다영 자매 사건 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든 인과응보가 있더라"며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발언한 뒤 터져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박철우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며 공개저격한 것이다.

이에 이 감독이 재차 사과의사를 밝혔으나 박철우는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감독이 잔여경기 출장을 포기한 건 이 때문이다.

2009년 9월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앞둔 배구 대표팀에서 당시 이상열 코치에게 폭행당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박철우 선수. fnDB
2009년 9월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앞둔 배구 대표팀에서 당시 이상열 코치에게 폭행당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박철우 선수. fnDB

■폭력 감독 기용, KB손해보험 비판 직면
폭력에 관대한 배구계와 KB손해보험이 지탄을 받아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감독이 불법행위에도 불과 2년여 만에 코트에 복귀하고 프로배구팀 사령탑에까지 오른 배경에 이들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지 2년 만인 2012년 경기대학교 배구부 감독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엔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으로 전격 기용됐다. 징계 2년만에 스리슬쩍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푼 협회는 물론,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감독으로 기용한 KB손보의 선택에 비난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KB손해보험은 "이상열 감독이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잔여 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전해 와 이를 수용했다"는 입장이지만 해임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팬들은 분노를 쏟아낸다. 프로배구 팬이라는 조현민씨(36)는 "박철우 뺨이 시뻘겋게 부어오른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게 아직도 선하다"며 "선수가 현역 지도자를 저격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용기를 내서 기자회견까지 한 건 부조리를 뿌리뽑겠다는 건데, 10년도 더 된 일이 다시 나오게 한 배구계랑 KB손보가 욕을 먹어도 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배구팬 김모씨(60대)는 "박철우 같이 이름 있는 선수도 두들겨 맞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름 없는 선수들은 어떻겠냐"며 "불법이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일인데 봐줘서 합의했으면 책임을 지고 프로복귀는 안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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