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국가 개입 최소화 돼야”
“풍속 해쳐” 관세청과 수입업체간 소송 계속
“풍속 해쳐” 관세청과 수입업체간 소송 계속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리얼돌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는 지난 2019년 10월 중국 소재의 한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의 수입 신고를 했다. 세관장은 지난해 1월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다.
세관장의 결정에 불복한 A사가 같은 해 2월 “통관을 허용해 달라”며 심사청구를 했지만, 세관장은 결정기간인 90일이 넘도록 A사의 청구를 보류했다.
결국 A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A사 측은 “해당 물품과 유사한 성인 모양의 남성용 기구에 대해 풍속을 해치지 않는다는 법원의 최종 법률해석이 있음에도 이 같은 처분을 했다”며 “이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관세청은 관세법 234조를 근거로 리얼돌 수입을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풍속을 해치는 비디오물, 조각물 또는 그에 준하는 물품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재판부는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물품은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성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음란물과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며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되면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6월 한 성인용품 회사가 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취소 판결한 바 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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